▲ 강춘옥

원주우체국 마케팅팀장

비가 오는 소리를 귀기울여 보신 적이 있으시나요.

나의 어린시절 시골집은 양철지붕이라 비가 오는 날이면 ‘두두둑~두두둑~’ 떨어지는 빗소리와 함께 6남매가 옹기종기 모여앉아 쫑알쫑알댔던 기억이 난다.

비가 오는 여름날이면 외할아버지께서는 외할머니와 함께 옥수수, 감자, 자두와 토마토, 복숭아를 수레에 한가득 싣고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누렁이와 함께 우리집 앞마당에 나타나셔서 “우리 강실이 어디 있냐”고 하시며 당신의 딸을 찾으셨다.

아들 딸 6명을 키우며 어렵게 사시는 당신의 딸이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워서 수레에 가득 싣고 온 맛난 과일과 옥수수, 감자를 쪄서 처마밑 마루에 옹기종기 앉아서 외손주들과 함께 당신의 딸이 맛있게 먹는 걸 보시면서 “내 새끼들 잘도 먹네, 많이 먹고 어여 무럭무럭 크거라” 하시면서 흐뭇해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금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안계시지만.

작년까지도 비가 뚝뚝 떨어지는 여름 밤이면 도회지에 나가 있던 6남매의 자식들은 마루에 옹기종기 앉아서 부모님께서 농사지은 옥수수, 감자를 삶아놓고 학교 얘기, 직장 얘기, 이웃집 얘기 등 시끌벅적하게 대화를 했는데, 올해부터는 노쇠하셔서 강원도의 옥수수를 내가 사들고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다가오는 8월에는 강원도의 감자, 옥수수와 복숭아를 싸들고 이 막내딸이 부모님을 찾아뵈어야겠다.

어릴적 외갓댁의 그 옥수수는 아니지만, 그 복숭아는 아니지만, 시골 엄마가 삶아주는 옥수수로 하모니카 불며, 육남매의 자식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자식사랑을 얘기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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