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창성

서울본부 취재팀장

지난 9일 청와대 춘추관에 조원동 경제수석이 들어섰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을 놓고 언론들이 이날 ‘결국 월급쟁이에 손 벌린 정부’, ‘연봉 3450만원 넘으면 세금 더 낸다’, ‘중산층 짜내기’ 등으로 평가하면서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 의장은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은 재벌 퍼주기”라며 “월급쟁이, 자영업자, 농민, 중산층, 서민층에게 세금폭탄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의당 박원석 의원도 “늘어나는 세금 대부분이 대기업과 부유층이 아닌 노동자나 자영업자에게서 조달된다는 점에 깊은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심을 읽은 청와대는 언론과 정치권을 진앙지로 하는 여론의 물꼬를 되돌릴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예정에 없던 경제수석의 세법 개정안 설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참모들의 한발 늦은 하책이었다.

조 수석은 이날 ‘중산층 짜내기’라는 오해를 풀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세간의 ‘사실상 증세’라는 지적에 대해 “증세는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것으로, 명시적인 의미에서 분명히 증세는 아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선과정에서 135조원 규모의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재원은 증세없이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 감면내지 축소 등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번 세제개편도 비과세 감면의 축소이지 증세는 아니다”고 역설했다. 조 수석은 “세액공제로 연봉 3450만~7000만원을 받는 근로소득자의 경우 연간 16만원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데 이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세제개편으로 근로자는 물론 기업도 비과세를 줄였고, 종교인에 대해서도 과세가 이뤄진다”며 “비과세 감면을 통해 확보되는 연 7400억원의 재원은 서민층에게 다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세법 개정안을 설명하며 평소 구사하지 않던 표현을 동원했다. “읍소(泣訴)한다”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고, “세상에 없던 증세가 아니고, 세제를 창의적으로 개선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압권은 루이 14세의 재무상 콜베르(1619~1683년)의 징세론. 프랑스 중상정책을 주도했던 콜베르가 애용했던 ‘세금을 걷는 것은 거위에게서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뽑는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했다. 조 수석은 “세금징수가 경제 위축이나 경제활동 왜곡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하면 바람직한 징세정책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으로 경제에 저해가 되지 않는, 즉, 고통을 느끼지 않게 거위에게서 깃털 뽑는 수준이 이번 세제개편의 정신”이라고 강변했다.

조 수석이 2010년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으로 재직할 때 신고한 재산총액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109㎡대 아파트 1채를 포함해 28억6831만원. 지난 3월 박근혜 청와대에 입성한후 신고한 재산총액은 대치동 아파트를 포함해 배우자 명의의 종로구 내수동 오피스텔(75㎡), 강동구 둔촌동 상가(89㎡) 임차권 등 부동산 20억1000만원을 포함해 27억5171만원이다. ‘강남 부자’인 그에게 연간 16만원의 추가 세부담은 자신의 표현대로 감내할 수준인지 모르겠다. 또 부자들의 한끼 밥값도 안되는 세부담은 그가 인용한 콜베르 재무상의 표현대로 ‘고통없이 깃털을 뽑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추가 세부담을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의 거칠고 고단한 삶을 한번이라도 걱정한 대통령의 수석 참모라면 ‘감내할 수준’, ‘거위털 뽑기’ 등의 표현은 마땅히 삼가야 했다. ‘국민행복’을 지향한다는 2013년 대한민국의 세제 개편안을 설명하는 조원동 경제수석의 안이함과 궁색함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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