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가슴에 묻은 아픔 봉사로 치유
군장병에 ‘이모’처럼 도와
정기 성금·연탄기부
“나누는 행복 계속 느낄것”

작은 행복도 나누면 배가 된다. 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송정부)는 매년 ‘나눔과 함께하는 착한가게 캠페인’ 을 열고 보이지 않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도내 착한가게 업주들을 선정, 협약식을 갖고 있다. 본지는 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동으로 도내 착한가게 업주들을 만나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연재한다.

 

 

물질적인 세계에서 모든 것은 나누면 작아진다. 하지만 나눠야 커지는 것도 있다. 사랑을 나누는 일이다.

인제 서화면에서 작은 음식점(뽀금이네·착한가게 234호점)을 운영하는 최은주(48·사진) 대표는 40살 되던 해 하늘이 무너지고 애간장이 끊어지는 아픔 속에서 그 순리를 알았다.

인제 서화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던 남편을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아 1987년 인제로 시집온 최씨는 가정적인 남편과 2남1녀를 돌보던 전형적인 농촌 주부였다.

그러다 남편이 운영하던 점포가 지역경제의 급격한 쇠락과 함께 문을 닫으면서 생활형편이 어려워지자 지난 2005년 서화면에 분식가게를 열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워낙 음식솜씨가 좋았던 최씨의 가게는 많은 사람이 찾으며 가계에도 큰 보탬이 됐다.

‘호사다마’랄까. 최씨의 행복은 길지 않았다. 그해 8월 중학교 1학년에 다니던 둘째 아들이 수영을 하다 앞강에서 숨졌다.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런 일을 할 수 없었다. 무기력하게 넋을 놓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같은 해 12월 딸 아이도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자 너무 안일하게 산 자신에게 하늘이 벌을 내리는 것 같았다. 속죄를 위해 인제군에 문의해 봉사할 곳을 찾았다. 그는 북면 월학리에 있는 글라렛재가복지센터에서 2년을 봉사활동에만 전념했다. 마음이 편했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두어해가 지난 뒤 친척어르신이 그런 최씨를 제지했다. “이젠 가정도 돌봐야 하지 않겠냐” 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미친 듯 봉사활동에만 빠져 있는 자신을 지켜보는 남편과 자식들이 있었다. 봉사에도 중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9년 현재의 자리로 옮겨 가게를 다시 열었다. 삶의 무게를 가정 중심으로 옮겼지만 봉사하는 삶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연말이면 가게 운영수익을 덜어 연탄기부와 이웃돕기를 실천하고 있다.

또 매달 둘째주 금요일 지역내 어르신들을 가게로 초청해 점심을 대접하고 있다. 가게 운영수익금의 일부분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강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에 선정돼 매달 일정기금의 사랑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배달이 많은 가게의 특성상 배달을 다니면서 빈병이나 캔, 종이 박스류 등을 모아 팔아 이웃돕기 성금으로 보태고 있다.

이런 마음 탓일까. ‘뽀금이네’는 천도리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목이 마르거나 용변이 급한 어린아이들도 가게문을 무람없이 연다. 차편이 끊긴 휴가 장병들도 일명 ‘이모네 집’을 방문, 태워다 달라고 부탁한다. 산책 나왔던 어르신들도 가게에 들러 물만 마시고 간다. 가게 한편에 ‘계란후라이, 샐프’라는 문구와 계란 4~5판이 항상 비치돼 있다. 가게에서 식사를 하든 않든 가게에 들른 사람이면 누구나 원하는 만큼 계란을 부쳐 먹을 수 있다.

최은주씨는 “이젠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일에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적극 동참하고 있다”며 “나누는 일의 행복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제/안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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