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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묘비명을 써 주자

황장진 2013년 08월 16일 금요일
   
▲ 황장진

수필가

‘77, 84, 81’

이건, 한국 사람의 남·여·평균 수명이다. 아기 사망숫자를 빼면, ‘95, 100, 98’이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94개 회원국 가운데 17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주위를 한 번 살펴보자. 자기와 비슷한 나이인데도 이 세상사람이 아닌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70살 고희(古稀)를 맞으면, 몸뚱이 여기저기에서 못 견디겠다고 아우성을 치며 난리가 난다. 병원 약국 찾는 횟수가 잦아지지 않을 수 없다. 약을 한 가지라도 안 먹는 사람이 드물 정도다. 자기는 오래 오래 살 것 같지만, 절대로 세월은 자기만 홀로 그냥 놔두지 않는다.

유언도 미리 적어 두어야 후손들의 사후처리가 얼굴 붉히지 않고 쉽게 되지만, 정신이 멀쩡할 때 자기 묘비명(墓碑銘)도 써서 자기 대를 이을 자손들에게 주는 것도 바람직하리라. 묘비명이란 무덤 앞에 세우는 비석에 죽은 사람의 성명, 신분, 행적 등을 새긴 글이다. 주는 때는 생일·회갑잔치나 고희연이라도 베푸는 자리라면 더욱 좋을 듯하다. 자기도 여생을 계획하고, 자손들도 어버이를 어떻게 모셔야 될까하는 각오를 새로이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지 않고 어영부영하다가 덜컥 사고나 병이 나거나 쇠약해져서 정신이라도 혼미해 질때는 이런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면 공동묘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平海黃公甲乭之墓’ ‘김해허공돌쇠지묘’란 묘비명을 앞세우고 영원히 잠들 수밖에 없다.

우리네 범인들과는 다르지만, 살아생전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간 유명 인사들의 묘비명을 살펴본다.

우선 천상병, 조병화, 박인환 시인의 묘비명을 훑어본다.

“나는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나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 하리라.”

“나는 어머님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가 어머님의 심부름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시인이 아니라도 한 마디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걸출한 종교인들 가운데 김수환 추기경과 중관스님 것이다.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에이 괜히 왔다 간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쇼- “내 오래 살아남아 있다 보면 이런 일 생길 줄 알았다니까.”

테레사 수녀-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루와 같다.”

시인 릴케- “오 장미, 순수한 모순이여!”

헤밍웨이- “일어나지 못해서 미안하네.”

이와 같이 너도 나도 자기 나름대로 특색 있는 묘비명을 남긴다면, 공동묘지 공원묘원 가족묘지 개인묘지가 후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찾는 문화묘원 문화묘지로 탈바꿈 하지 않을까?나는 만약 “우린 나중에 풍장이나 수목장을 합시다.”는 약속이 깨어진다면, 이런 묘비명을 남기리라.

“여보, 연구 씨! 당신 덕분에 편안하게 살다 가오.”

당신 건 이렇게 하면 어떻겠소?

“상대 아빠, 이제 술 욕심, 그만 부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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