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진탁

한림대 생사학연구소장

자살예방이 사회적 현안이 된 지 오래지만, 문제핵심은 자살률 1위가 아니다. 자살자가 1만5906명(2011년)이면, 실제 자살 시도자와 충동자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취업포탈 ‘사람인’이 2011년 2030세대 1837명 조사, 22.5%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스트레스가 심각한 사람은 63.3%, 자살충동자가 42.5%. 따라서 자살자 1만5906명, 혹은 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가 문제가 아니다. 자살자보다 훨씬 많은 자살예비군이 대기하고 있다.

자살현상의 바탕에는 ‘죽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죽으면 다 끝나니까, 자살과 함께 삶의 고통 역시 자살자들은 종결된다고 착각한다. 죽음문제에 비하면 자살현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자살률 증가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들리지만, 죽음에 대한 이해 부재를 우려하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우리 사회 죽음의 질은 세계 주요 40개국 조사에서 3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그동안 국가나 사회적으로 해결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자살예방이 죽음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위기대응과 임시방편 위주로 이뤄져왔고, 자살예방을 위한 기본교육으로서 생명교육을 학교 교육으로 실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생명교육을 통해 학교와 사회에서 죽음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자살해서는 안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또 삶을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해야 하는지, 차분히 가르치는 게 바로 자살예방의 기본이다. 생명교육을 통하여 죽음과 삶의 이해를 증진시켜 죽음의 질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면, 자살예방의 토대 역시 자연스럽게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한림대에서 인터넷강좌 ‘자살예방의 철학’을 통해 죽음과 자살에 대해 교육받은 자살시도 학생들은 더 이상 자살을 생각하지 않는다. 자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동영상을 통해 죽음 이후 더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사실을 직접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약 1500명 정도를 교육시켰는데, 자살예방 효과는 99% 이상이었다.

“자살은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일 뿐 고통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자살 통해 현실에서 도망칠 게 아니라 시련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사이버 강의 한번 들었다고 내 자신이 이만큼 바뀔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강원도는 2011년 자살률이 37.7명으로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생명과 건강을 강조하는 강원도로서는 부끄러운 기록이다. 그래서 강원도청과 한림대 생사학연구소는 강원도민일보 등 언론사 후원으로 도민을 대상으로 ‘생명사랑 및 자살예방’공모전을 준비했다.

참가자격은 도민 혹은 강원도 소재 대학, 군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면 된다. 참가대상은 중고생, 대학생, 청년/장년(25세∼65세), 노년층(65세 이상), 군인(병사/부사관/장교). 공모내용은 생명사랑, 자살예방, 행복한 삶과 아름다운 마무리 사례, 나의 엔딩노트, 혹은 책을 비롯한 관련 자료를 읽고 자기의견을 제시해도 된다. 글과 동영상 모두 가능, 접수기간은 10월 10일까지. 자세한 공모내용은 한림대 생사학 연구소 홈페이지(www.lifendeath.or.kr)를 참조하면 된다. 강원도를 사랑하는 도민들이 공모전에 적극 참여해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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