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같이 정보 범람 시대에는 어떻게 하면 기억을 높일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으로 보이기도 한다. 반면 망각은 뇌의 쇠퇴를 뜻하는 것 같아 조금만 기억을 못해도 사람들은 치매는 아닐까 걱정하며 망가지는 기억력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망각이 꼭 그렇게 배척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빨리 털어버리고 혹은 털어 버려지고 싶은 일이 있었을 때 망각시스템이 우리 뇌에서 작동을 안 한다면? 상상만으로도 불편하다. 젊었을 때 화상을 겪은 흉터 때문에 일명 ET 할아버지로 불린 두밀리 자연학교 설립자 채규철씨는 우리 삶에는 두개의 F, Forget(잊어버려라)과 Forgive(용서해라)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큰 사고의 고통을 잊지 않았다면 결코 재기할 수 없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우리는 망각 안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잊고 싶은 기억조차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생생하게 맞닥뜨려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셈인데 이것에 가장 큰 기여자는 인터넷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매체이다. 이런 첨단매체들은 작위적으로 정보를 영원히 기억하게 함은 물론 편집 확대시키는 특징을 갖고 있으니 SNS를 이용할 때는 세심하게 주의해야 한다. 고스란히 저장된 말과 행적이 부지불식 간에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찌를 수도 있으니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주의력이다. 하긴 우리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린 글 때문에 두고두고 곤혹을 겪는 사람을 수 없이 봐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미래에 정치를 꿈꾸는 사람은 절대 SNS에 글을 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인간은 한 번의 실수에 대해 수천 번의 대가를 치르는 지구상의 유일한 동물이라고 책 ‘망각의 즐거움’은 말한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 때문에 고통을 평생 감수해야 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페이스북 활용 빈도가 높은 사람들이 자기 삶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져 행복감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연구발표가 있었다. 자기과시용 내용조차 가끔은 본인을 심히 가라앉게 한다는 것이다. 디톡스(detox)라는 말은 해독이라는 말이다.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범사회적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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