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달현

삼척국유림관리소장

한반도 기후가 혼란스럽다. 겨울철 이상한파와 폭설, 여름인 7~8월에는 40℃에 육박하는 무더위와 열대야 현상으로 전국에 수시로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또한 여름 장마철이 없어지고 국지성 폭우와 마른장마로 강우패턴마저 변화하면서 기상 관계자들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한반도에 아열대 기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더구나 올해 여름은 다른 해보다 유난히 더 더운 것 같다. 한낮의 이글거리는 뜨거운 태양과 이로 인한 열기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구조물로 뒤덮여 있는 도시의 숨통을 턱턱 막히게 한다.

폭염 속 일사병 환자가 속출하면서 사망자가 벌써 10여명에 달해 노약자와 어린이의 건강관리에 비상이다.

이 뜨거운 여름! 산림 당국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강원도 삼척 관내에서 8월 11일과 8월 14일에 발생한 2건의 산불은 산불담당자들의 상식을 파괴하였다. 예측 불가능한 사건으로 올해 삼척 관내 8월 산불은 필자의 산림공직(39년) 경험으로 처음이다.

산불신고를 받은 즉시 산불현장에 출동하여 직원들과 합심하여 밤새도록 계곡에서 펌프로 물을 뿜어 올려 산불을 진화하였지만, 1박2일 동안의 그 힘든 과정 속에서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것은 바로 산불의 원인과, 산불에 대한 우리들의 고정관념이 깨졌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지구촌 뉴스를 통해 미국, 호주, 그리스 등의 각 대륙에서 고온 건조한 기후의 영향으로 여름철에 대부분의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는 소식을 접하곤 한다. 특히 최근의 사례로 지난 7월 미국 애리조나에서는 대형 산불로 수많은 산림과 주택이 피해를 입고, 또한 진화하던 산불진화대원 19명이 불길에 갇혀 사망한 안타까운 소식도 기억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건기와 우기가 구별되어 대부분의 강수가 여름철(6월~8월)에 집중(800㎜가량)되므로 여름산불의 발생 빈도(10년간 평균건수 1건)가 낮았고, 간혹 발생하는 낙뢰(벼락)에 의한 산불도 숲속의 낮은 습도에 의해 크게 번지지 않아 진화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8월에 발생한 삼척 관내 산불현장은 최근 계속된 여름가뭄으로 인하여 봄철과 같이 매우 건조한 상태였으며, 이로 인해 산불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산림 내 두텁게 쌓인 낙엽층 속으로 불씨가 파고들어 물을 뿌려도 꺼지지 않아 삽으로 일일이 뒤집어 가면서 물을 뿌려야 했고, 또한 급경사 암석지의 돌 틈 속에서 타고 있는 산불은 장시간 물을 뿌리거나 진화대원들이 직접 위험을 감수하고 접근하여 진화해야 하였다. 그나마 신속한 현장대처와 진화대원들의 밤샘 진화작업으로 피해면적을 줄일 수 있었지만, 행여 강풍이라도 불었다면 자칫 과거와 같은 대형 산불로 번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너무나 무더운 여름!

많은 국민들은 여름철 휴가지로 산간계곡을 찾는다. 휴가지에서 버너, 숯, 나무 등을 이용한 취사행위는 일시적으로 휴가의 즐거움을 배가시키지만 지금과 같은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는 날씨에서는 자칫 외국과 같은 대형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산림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급격히 황폐해졌다가 1970년대 이후 산림복구 작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산림녹화 성공국으로 꼽히고 있다. 국민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그동안 잘 가꾼 산림의 혜택을 국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산불로 없어진 숲을 다시 나무를 심고 가꾸는 데 40~100년이 걸린다. 망가진 산림을 원상 복구하는데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점을 기억하고 산간계곡에서의 취사행위 시 철저하게 불조심을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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