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호

농협 중앙교육원 교수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가정주부나 방학 중인 학생, 심지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아이들에게도 여름휴가는 즐거운 여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가족도 며칠 전 휴가를 다녀왔다.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도 있고, 유명한 해수욕장이 있는 바닷가로 떠나는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우리 가족은 산촌의 조용한 휴양지에서 며칠 쉬고 왔다.

휴가기간 내내 휴가지의 유명한 음식도 맛보고, 잘 꾸며진 오솔길을 걷기도 하고, 구불구불 정겨운 산길을 달리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은 역시 물놀이였다. 따가운 햇살 아랑곳없이 계곡물에 온몸을 담근 채 물장구를 치거나, 잠수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물을 끼얹으며 물장난을 하다보면 순식간에 한나절이 지나간다. 계곡이라 물이 제법 차가운데도 아이들은 도무지 물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온갖 회유로 잠시 물에서 나오게 하면 얕은 물가에서 노니는 송사리 치어나 다슬기를 잡아 관찰하다가는, 이윽고 다시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만다.

아이들은 물을 참 좋아한다. 논어 옹야 편에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강의’의 저자 신영복 선생님은 이 구절을 해석하면서 지자(知者)를 ‘눈빛도 총명하고 사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며 특히 사물의 변화에 대하여 정확한 판단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세상만사 관심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고, 때때로 무릎을 탁 칠 만한 해석을 쏟아내는 아이들을 떠올려 보노라면 아이들이야말로 지자(知者)이며, 그래서 물을 좋아하는구나 싶다.

노자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구절이 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이 말은 착한 동심으로 가득한 아이들이 물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철학적 표현 같다. 물론 이러한 해석은 이 세상에 있는 약수 중에 가장 좋은 약수는 ‘상선약수’라고 이야기하는 농담만큼이나 치기어린 표현임을 모르지 않는다. 물이란 참으로 만물에 골고루 이로운 것이며, 다투지 않으며,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방울이 모이고 모여 실개천을 이루고, 강물을 이루고, 바다를 이룬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처하되, 모든 물을 다 받아들임으로써 온 세상의 생명을 살게 하는 위대한 ‘바다’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불필요한 욕심이 없다. 지금 필요한 조금의 소유와 사용에 만족할 뿐이다. 아이들은 자기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거나 관철하기 위해 다투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은 물을 닮았나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아이들의 마음을 우리는 어른들의 스승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고, 아이들의 마음과 같은 것이니…. 아직은 물놀이 즐기기 좋은 무더운 여름, 다가오는 주말에는 가까운 계곡으로 우리 딸 좋아하는 물놀이하러 가야겠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