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는 ‘자유로울 사람없다’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이 말은 나쁜 일 어려운 일에 직·간접적 연루되었음을 시사할 때 자주 인용된다. 사회 지도자나 CEO들이 이 말을 쓰는 경우는 우리 모두 도의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엮여 있으니 과오를 서로 퉁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말을 전하려 할 때이다. 즉 자기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타당성을 강조할 때 쓰이는 말이다. 이런 상황을 학문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피장파장의 오류’이다. 이 오류는 너하고 나하고 저지른 잘못이 피장파장이니 ‘우리 모두 죄인이다’가 아니고 ‘우리 모두 죄인될 것 없다’는 논리이다. 자신의 잘못된 주장이나 행동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저질렀다는 이유로 정당화시키니 치사하기 짝이 없는 오류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책임회피용 타협은 정의로운 사회건설을 가로막는 큰 장벽이다. 피장파장의 오류를 자행하는 집단이나 사람들은 양심불량이라는 지탄을 받을 수 있다. 소학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후회할 줄 모르는 자는 하등의 사람이요, 후회하면서도 고칠 줄 모르는 자도 하등의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암암리에 나쁜 일에 동참하게 되었다면 속죄를 하고 시정을 실천하면 될 일이다.

최근 끝난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보면 국회의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선방했다고 공을 과시하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새누리당 민주당 양당 국회의원 모두 피장파장 오류의 주인공들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정치의 목적은 공동선을 고민하고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걱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국정원 사건에 대한 국민의 공동선 고민은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진실여부이니 깨어 있는 정치인이라면 무엇보다 이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도리이다. 국민의 간절함을 외면한 채 당 지키기에만 연연한 새누리당 의원들이나 막말만 할 줄 알지 새 사실 규명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민주당 의원들이나 국민들 눈에는 마뜩지 않아 보인다. 국민들 대변자로서는 노력도 능력도 열정도 실종이라는 평판에서 진정 자유로울 수 없는 국정조사 국회의원들, ‘역시나’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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