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예능 프로는 대부분 관계를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사위와 장인장모’ ‘아이들과 아빠’ 등은 그 중간에 와이프 또는 엄마가 있어야만 제대로 돌아갈 수 있었던 관계 속 사람들이 중간사람 없이도 친해질 수 있음을 증명해 보여 성공한 프로들이다. 이런 류의 방송들은 자기노출과 망가짐을 가감없이 전하는 포맷을 통해 대면대면한 관계 속 사람들을 빠른 속도로 친하게 하면서 재미는 물론 감동까지 선사한다.

방송 ‘진짜사나이’는 감춰져 있던 군인훈련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남친이 군인인 여성이나 군대를 가야 할 청년들은 궁금해서, 부모들은 고생하는 자식이 안쓰러워서, 군대를 갔다온 남성 등은 추억에 잠기면서 보는 프로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군대와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 적으니 당연히 인기를 보장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할 수 있다. 인내해야 한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담력이 있어야 한다’ 등등이 군대가 가르치는 전형적인 남성성이다. 도저히 해낼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조차 눈물범벅으로 서로 보듬고 합심하여 성취를 이뤄내는 장면은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작금의 이런 방송들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은 좋은 관계가 주는 시너지 효과이다.

최재천 교수는 저서 ‘호모 심비우스’에서 21세기가 추구하는 이상적 인간은 ‘호모 심비우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모(homo)는 인간을, 심비우스(symbious)는 공생을 뜻하는 단어로 호모 심비우스는 ‘함께 잘 협조하고 사는 공생인’이라는 뜻이다. 관계지수가 지능지수나 감성지수보다 더 부각되는 이유도, 리더마다 소통이 강조되는 이유도 호모 심비우스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진단과 상통한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13승을 기록한 다저스 루키 류현진 선수가 자신의 좋은 기록은 동료들과의 친한관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나 유리베를 비롯한 여러 선수들과의 허심탄회한 관계가 팀워크를 향상시킴은 물론 긴장감을 덜게 해주어서 최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하니 소중한 공생이며 협력이다. 공생인으로 협심을 주고받는 능력은 자신의 실력을 빛보게 하느냐 사장시키느냐의 관건임에는 틀림없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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