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인

평창국유림관리소장

소나무의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창궐(猖獗)하면서 제주시 지역에 고사한 소나무가 무려 1만그루를 육박하고 있다는 소식과 경기도 연천지역에서 잣나무재선충병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한때 산림청 산림병해충방제과에 근무하면서 겪었던 일들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 한숨을 짓게 한다.

2006년 12월경 수도권 참나무시들음병 방제 현장으로 가던 중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늑현리 고속도로변 잣나무림 피해 고사목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경기도 산림병해충 담당자에게 피해지역을 알려주고 시급히 조사하도록 하였는데 황당하게도 ‘잣나무림재선충병’으로 밝혀져 세계에서 처음 있는 잣나무재선충병으로 명명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그 당시 최초 발견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조금은 씁쓸한 일이었다.

그 당시 잣나무림에서 재선충병이 발견됨에 따라 신속하게 잣나무림재선충병이 발견된 피해지는 물론 주변지역 잣나무림과 소나무림을 정밀조사 하여 춘천과 원주지역을 비롯하여 남양주시·포천군 소재 국립수목원 주변까지 확산되었음을 확인한 후 정확한 발생원인과 감염경로 파악을 위한「잣나무림재선충병 중앙역학조사반」을 구성하여 신속하게 조사한 후 긴급방제로 대응함으로써 피해 확산을 저지하는데 성공한 바 있었다.

그 후로 세계에서 최초로 잣나무림에서 재선충병이 발견된 사건이 있은 후부터는 산림청에서는 전국 소나무류(소나무, 해송, 잣나무 등) 전 임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정책전환을 꾀하여 산림병해충 예찰체계를 강화하였고 발견 즉시 초기단계에서 확산방지에 필요한 혁신적인 조치들을 하도록 각종 업무 매뉴얼들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제주뿐만 아니라 남부 일부지역에는 아직도 소나무재선충병 박멸 의지를 갖고 매년 반복되는 예찰과 방제를 되풀이 해 오고 있다. 이제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강원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지금도 소나무류의 원목 이동단속을 지속하고 있고 고사목을 발견하면 산림당국에 바로 신고하도록 홍보하고 전 직원이 파수꾼이 되어 산림현장에서 고사목 발견 즉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여부를 의뢰하여 미감염목으로 판정을 받은 후 제거하여 땔감 등으로 이용한다. 금년도에도 동부지방산림청 관내 7개 국유림관리소에서 8월말까지 의뢰받아 검사한 고사목 본수가 무려 950여본(평창군 130본)이나 된다.

과연, 청정 강원지역은 소나무재선충병으로부터 안전한가? 방심할 때가 아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따른 각종 개발공사에 유입되는 원목의 수요가 증가되고 교통량이 증가됨에 따라 매개충의 이동은 그 만큼 쉽게 노출되어 있다. 또한 지역주민들의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관심도 멀어져 더욱 걱정이 앞선다. 다른 지역의 일이 곧 우리들의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함께 관심을 가지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산림당국과 지역주민이 하나 되어 소나무류 원목의 불법이동을 막고 고사목 발견 즉시 매뉴얼에 따라 신속히 제거하는 등의 행동만이 청정 강원도를 지켜 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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