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의석

춘천 순복음조은교회 담임목사

며칠 전 노부부로부터 속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철길 옆 뚝방 공터에 한 평 정도 밭을 일구어 완두콩을 심었다고 한다. 그런데 완두콩이 여물어가는 것을 보며 처서쯤에 따러가면 되겠다 생각하고, 완두콩을 따러 가서 보니 완두콩 밭에 이상하게 완두콩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 봄부터 콩밭을 만들기 위해서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께서 자전거를 타고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니면서 발견한 공터에 풀을 매고, 돌멩이를 치우고 메마른 땅에 완두콩을 심고, 비료도 사다 뿌려주고, 가뭄에는 말라 죽을까봐 노심초사 하시며 가꾸었는데, 그 척박한 곳에 제법 완두콩이 열매를 맺어 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지나간 수고와 애씀은 잊어버리고 수확의 기쁨을 꿈꾸고 찾아 갔는데 잘 익은 완두콩은 온데간데 없이 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 평 정도의 완두콩밭은 저절로 콩밭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는데, 돌멩이 밭을 일구지도 않고, 심지도 않고, 가꾸지도 않았는데 완두콩을 다 따간 것일까? 돈으로 계산하면 완두콩 값은 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나 몸이 불편하신 70세 넘은 할아버지가 소일거리로 집에서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밭을 자전거 타고 가셔서 밭일하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력이 떨어지면 자전거를 끌고 집까지 가시 곳 했는데…. 그러면서 일군 완두콩밭이었다고 한다.

노부부가 한 평 정도밖에 안 되는 곳에 화초를 가꾸듯 가꾼 완두콩을 도둑맞은 심정이 얼마나 허탈하셨을까? 우리 사회는 개인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해 있는 듯하다. 돈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돌잔치 초대문자 신종사기도 생겼다고 한다. 고전 사자소학에 積善之家(적선지가)는 必有餘慶(유필여경)이요. 선행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뒤에 경사가 있고. 不善之家(불선지가)는 必有餘殃(필유여앙)이니라. 불선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뒤에 재앙이 있다. 損人利己(손인이기)면, 終是自害(종신자해)니라. 남을 손해 보게 하고 자신을 이롭게 하면 마침내 자신을 해치는 것이다. 禍福無門(화복무문)하야 惟人所召(유인소소)니라 재앙과 복은 특정한 문이 없어 오직 사람이 불러들인 것이다. 또한 성경에는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시편1: 1),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과 같이 하라(약2;8). 사람은 자기가 심은 대로 거둘 것입니다.”(갈6:7)라고 나와 있다. 우리 사회가 약자를 먼저 생각하는 사회, 약자를 먼저 배려하는 사회였으면 한다. 약자들의 작은 소망까지 짓밟고 빼앗아가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과 소망을 주는 살맛나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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