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어(孔子家語)에는 ‘아비 없는 큰 딸에게 장가 들이지 않는다’고 했고 예기(禮記)에는 ‘과부 아들과는 사귀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 부성 결핍이 인간성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에 배우자로는 부적절할 수 있다는 소리이다. 이론적으로는 자녀들에게 아버지 효과가 큰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인데 아버지 위상이나 존재감은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도 없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 ‘친구 같은 아버지, 프렌디’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을 보면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음이 목격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아버지를 불편해 하는 자녀들은 여전하다.

노력에 비해 보상이 아주 보잘것없는 역할을 꼽는다면 아마도 ‘아버지 역할’이 으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맹목적인 자식 사랑은 미련하리 만큼 강하다. 목숨까지 내건 한 아버지의 아들 사랑을 그린 작품,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는 불후의 베스트셀러이다. 주인공 아버지는 백혈병을 앓는 아들을 위해 자기 몸의 일부를 판 돈으로 아이를 낫게 하고 자신은 암에 걸려 이 세상을 하직한다. 알을 낳은 후 사라져버린 암컷 가시고기 대신 홀로 남아 알을 보호하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 가시고기마저 떠나간 뒤 돌 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버리는 가시고기를 주인공 아버지가 빼닮았다해서 붙여진 책 제목이다. 작자는 이 이야기의 소재를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지켜보는 친구에게서 얻었다고 말한다.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대신할 수 없어. 그게 참 견디기 힘들다’라고 한 친구의 독백이 너무 절절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가시고기 못지 않은 부성애가 들려온다. 경찰이 교통사고로 종결지은 사건인 딸의 죽음을 15년 동안 파헤쳐 결국은 딸의 성폭행범을 잡은 아버지가 최근 화제다. 사위하고의 불륜을 의심해 여대생을 청부살인하고 자신은 허위 진단서로 병원에서 기거하던 일명 사모님 사건의 진실을 밝힌 것도 죽은 여대생 아버지다. 넘어지는 자녀를 구해주기 위해 소리없이 자녀와 함께하는 영원한 버팀목, 투박하고 거칠지만 아버지의 사랑이 가시고기로 비유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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