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는 사람 식별법이 나온다. 즉 공자는 보고(視) 살피고(觀) 관찰하는(察) 세가지로 사람을 판단하라고 말한다. 시(視)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행위를 보라는 것이고 관(觀)은 무엇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는지 마음을 읽어보라는 것이다. 마지막 찰(察)은 그 사람이 무엇에 만족하며 살아가는지를 보면서 가치관이나 정신이 올바른지 아닌지를 살펴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얼굴 일색이 마음 일색만 못하니 사람을 제대로 보려면 각자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을 함의한다. 인상학의 대가 주선희씨도 덕이 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바른생각과 선한마음 등 자기 안에서 발휘되는 긍정 에너지는 인상을 좋게 할 수 있는 기운이 될 수 있다는 소리이니 십분 이해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원론적인 주장은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지 못한다. 성형 한번이 열번 마음을 다스리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믿는 것이 요즘 세태이기 때문이다. 외모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내면을 바라보는 눈을 잃게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클라라’라는 이름이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몸에 밀착된 복장으로 야구시구를 한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면서 시작된 유명세이다. 같은 자리에서 십년넘게 노력을 해도 못 얻은 명성을 섹시하다는 이유로 한순간에 얻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외모의 힘과 경쟁력은 무적이라고 느낀다. 영화제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심한노출을 감행하는 스타가 생겨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클라라가 뜨는 것은 우리사회의 외모지상주의의 만연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이다. 품격있는 방송을 지향하기보다는 사람들 흥미끌기에만 몰두해 온 저급한 방송문화가 이런 풍토조성의 일등공신이다.

사람들은 언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추석을 맞아 모처럼 가족이 모여앉아 TV 시청을 할 것이다. 심하게 파인 옷을 입고 나와 시월드가 어쩌고 옛애인이 어쩌구하는 재미도 없고 교훈적이지도 않은 낯 붉히는 프로들이 방영되지 않기를 바란다. 명절날 방송의 역할은 가족들이 좋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매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행복한 여운이 충만한 방송을 기대한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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