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영희 전 서강대교수의 생존시 어느 독자가 자궁암에 걸린 자신의 딸을 위로해 달라고 장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장 교수가 미처 보듬을 사이도 없이 그 딸이 고인이 되자 장 교수는 ‘죽음이여 뽐내지 말라 어떤 이들은 너를 일컬어 힘세고 무섭다지만 넌 사실 그렇지 않다(중략) 죽음은 이별이 아니고 우리는 죽음으로써 영원히 깨어난다’는 존던 시인의 시구를 인용하면서 남은 가족에게 위로를 전했다. 장영희의 저서 ‘축복’에 나오는 글이다.

인간은 출생과 동시에 죽을 운명도 함께 받는 것이니 위의 시처럼 죽음을 담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소설가 최인호씨가 며칠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맞이하여 온 일간지가 앞다퉈 그의 업적을 기리는 칼럼들을 실었다. 마땅한 대접이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자위를 해도 죽음은 참 섭섭한 일이다. 열혈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그의 새로운 작품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속상해 가슴을 쓸어내린다. 35년간 연재되었던 ‘가족’을 2010년 투병으로 중단한다고해서 아쉬운 마음에 필자도 이곳 명경대에 ‘작가 최인호’편을 쓰며 응원했던 기억이 난다. 전해야 할 기쁨이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은 오래 살아 자기 몫을 해야하는 것이 의무라고 말하며 쾌차를 기원했던 것이 3년 남짓 시간인데...

플라톤은 ‘인생이란 짧은 기간의 망명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지금 그 망명지에서 손꼽아 유배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형수와 같다”고 최인호 작가는 책 ‘가족’에서 늘 죽음을 의식해야 하는 암환자의 처절한 마음을 노래한다. 그래도 일견 생각해 보면 자신이 최고 잘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를 달란트로 생각하고 평생 업으로 삼고 살았던 최 작가는 부러운 사람이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있는 동안은 더 없이 스스로 행복할 수 있었을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최 작가는 죽음 바로 직전까지도 작품에 매달려 왔다고 전해진다. 비록 육신은 갔지만 그래도 많은 작품을 통해 그가 전하는 따뜻한 감성과 깨어 있는 의식 등은 우리들과 함께 영원히 숨쉬고 있을 것이다. 우리시대 영웅의 영면을 기원한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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