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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만도 못하다

황장진 2013년 10월 04일 금요일
   
▲ 황장진

수필가

오늘은 모씨네 어머니 88회 생신날이다. 3남 2녀, 5남매의 아들·딸 내외가 모이니, 15명이나 되어 모처럼 거실이 그득하다. 5남매 가운데 셋째를 제외하곤 모두들 직장을 잡거나, 낭군 따라 서울 인천 대구 등지로 나가 그런대로 아쉽지 않은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막내는 3형제 가운데 공부를 제일 못해서 취직시험 칠 능력이 없었다. 그러니 어머니께서 경영하는 식당일을 거들면서 지내왔다. 나이가 차서 결혼할 때가 되었다. 어머니께서 눈여겨 두었던 동네의 얌전한 처녀에게 친지를 통해 혼담을 넣었다. 집도 주고, 적지 않은 논밭과 산을 줄 테니 함께 살자는 제의도 했다. 다행히 처녀가 흔쾌히 승낙을 하는 바람에 예쁘고 참한 며느리를 맞는 행운을 얻었다.

시내 번화가의 식당에다 정성을 다했더니, 손님이 날로 늘어나 날이 갈수록 번창했다.

복덩이 며느리가 들어 온 것이다. 강산이 두 번 변하니 셋째 네는 이제 외제차를 몰며 골프까지 즐길 정도로 가계가 탄탄해졌다.

귀가 쫑긋하고 털이 새하얀 귀여운 복실 강아지도 기 백만원을 주고 사 들여서 아들딸처럼 애지중지하면서 함께 지냈다. 강아지는 생일잔치좌석에 끼이지는 못하지만 안온한 구석의 제집 문 앞에 앉아 하품을 하면서 낯선 손님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오랜만에 맞이한 아들 며느리들 여럿이 올리는 술잔을 덥석 덥석 한 잔씩 받아 마시더니 금방 얼큰하게 취하셨다.

“얘들아, 내 말 좀 들어 보거라.”

ㄱ 자로 굽은 허리를 벽에 기대어 억지로 반듯하게 펴셨다.

“얘, 어머니” “얘, 어머님”

손등이 쭈그렁밤송이 같은 손을 휘휘 내 저으면서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난, 저기 저 개만도 못하다!”

죄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머니,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어머니는 고쳐 앉으며 정색을 했다.

“아니, 저 개는 매일 아침저녁마다 닦아준다. 사흘이 멀다 하고 정성 들여 목욕을 시켜준다. 나들이 갈 때는 앞장세워 함께 조잘대며 가고, 걸핏하면 동물병원엘 가고…. 내 말이 틀렸냐?”

모두들 꿀 먹은 벙어리다.

“너희들 내 등 밀어 준 게 언제지? 바람 쐬러 갈 때, 날 같이 가자고 권해 본 게 언제지? 내가 허리 아프다, 머리 아프다고 전화나 면전에서 안달을 해도 어느 집 개가 짓느냐는 듯이 먼 산만 쳐다보지 않았느냐? 함께 병원에 간 일이 몇 번이 되느냐 말이다!”

죄다 고개를 푸욱 숙이고 있을 뿐이다.

“내가 이제 살아봐야 몇 년을 더 살겠느냐? 너희 자식들이 이걸 다 보고 배운다!”

“나는 개만도 못하다! 맞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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