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로

사회부장

안전벨트, 주정차, 속도, DMB, 금연, 담배꽁초…. 이들 단어에서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일반 시민들의 반응이 궁금해 질문을 던졌더니 되돌아온 답변이 흥미로웠다. 예상했던 대답은 ‘안전, 질서 유지’ 등이었는데 결과는 사뭇 달랐다. 답변에 응했던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벌칙금과 두려움, 불쾌함’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한 시민은 “불쾌하고 두렵다”는 표현까지 쓰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돈’에 목마른 ‘벌금 공화국’으로 규정했다. 각종 법령과 규제가 ‘안전’과 ‘질서 유지’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벌금 징수’의 이미지로 굳어진 셈이다. 이유는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재정 문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치권이 연일 ‘돈(복지재정) 문제’로 갑론을박 하자 일부 시민들은 “돈이 궁한 정부가 범칙금 부과를 통해 부족한 세수를 채우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지나친 논리의 비약처럼 보이지만 제법 그럴 듯한 ‘추론’이다. 이런 이야기는 과거에도 있었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그랬고, IMF 외환위기 직후에도 각종 ‘벌금’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명쾌한 결론은 없었다. 다만, 벌금과 범칙금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즈음에 단속의 손길이 느슨해졌거나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는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최근의 분위기도 과거 어느 시점의 ‘그 때’와 많이 닮았다. 퍼즐 맞추듯 조각을 꿰어보면 ‘정부 출범→ 불법행위 단속→ 벌금 부과 등 각종 규제→국민 피로 호소→ 원점 회귀’ 등의 흐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현재의 순서는 어디쯤일까. 여론이 비등한 것으로 보아 ‘벌금 부과 등 각종 규제→ 국민 피로 호소’ 단계에 와 있는 듯하다.

문제는 이 같은 사회분위기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여론은 좋지 않은데 왜 그런지, 대책은 없는지 등을 설명하기가 마땅치 않다. 안전벨트 미착용에 대한 단속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운전자의 안전과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단속과 계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흠 잡을 데 없는 ‘당연한 말씀’이다. 그러나 당하는(?) 시민들은 피곤하고 짜증스럽다. 감시당하고, 누군가에게 옥죄이는 것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올해 들어 단속 경찰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단속 경찰과 마주치다보니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위축된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반응을 뒷받침하듯 경찰의 범칙금 부과는 올해 크게 증가했다. 통계치를 보면 올해 도내에서 안전띠 미착용으로 적발된 단속 건수는 이미 지난해(2만10건) 실적을 뛰어 넘어 9월말 현재 3만6409건을 기록했다. 시민들의 항변이 ‘엄살’이 아니었다는 반증이다. 단속 기관도 고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경찰관은 “(도로 전 좌석 안전띠 의무착용에 따른 단속이라 해도)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외면하기 어렵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뿐만이 아니다. 요즈음, 일선 자치단체는 ‘보조금 편취 및 횡령’ 문제로 시끄럽다. 복지와 영농, 보육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랏돈을 빼돌렸는지 여부를 수사하다가 빚어진 현상이다. 이에 대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볼멘소리를 내뱉고 있다. 몇몇 단체 및 사업자들은 국고보조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말까지 내뱉는다. 모두 돈과 관련된 사안들이다. 나라 곳간이 정말 빈 것일까? 소시민들의 불만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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