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상

강원지방기상청장

올해 강원도 여름을 돌이켜보면, 유난히 길었던 장마, 국지성 호우, 폭염 및 열대야 등이 자주 나타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매우 힘들었던 시기로 기억된다. 이는 각종 최고·최초 기록을 갈아치운 기상관측 자료가 증명하고 있다.

올해 장마는 6월 17일을 시작으로 8월 4일까지 이어지면서 평년(32일)보다 17일 긴 49일이었고, 이는 1973년 이래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되었다. 특히, 7월 11일과 15일 사이 강수는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위치하면서 춘천 429.0mm, 철원 417.0mm, 홍천 357.5mm의 비가 쏟아지는 등 영서중북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려 큰 피해가 발생하였다. 반면, 장마시작 전과 장마종료 후는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비가 적게 내렸으며, 특히 강원영동중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매우 적게 기록되어 시기별, 지역별로 강수량의 편차가 매우 컸다.

기온의 경우도 남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발달하면서 강원도 여름철 평균기온이 25.0℃로 평년보다 2.1℃ 높아 강원도 모든 기상관서의 평균기온이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값을 기록하며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었다. 특히, 강릉의 경우 8월의 폭염일수가 17일간 지속되었고, 열대야도 16일간 발생하면서, 1911년 근대관측이 시작된 이후 102년만에 여름철과 8월 평균기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8월 8일에는 일최저기온이 30.9℃로 최고기록이 경신되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강제 사우나’, ‘초열대야’ 등 자극적인 문구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여름철 호우, 폭염, 열대야 등 이상기상 현상이 일시적·단발적인 현상이 아니라 미래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이 작년 말 발표한 ‘강원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의 21세기 후반 미래전망 자료를 살펴보면, 강원도 연평균기온은 최악의 경우 현재보다 5.6℃ 높아지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최저기온이 25℃이상인 열대야는 연간 26일이상, 일최고기온이 33℃이상인 폭염일수도 연간 30일이상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연평균강수량도 3~400mm 증가하면서 일강수량이 80mm 이상인 호우일수는 현재(2001~2010)보다 2배 정도 증가된다. 반면, 21세기 후반 겨울철 기후변화를 살펴보면 최악의 경우 서리일수(62일)와 결빙일수(18일)는 현재보다 크게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여름은 늘어나고 겨울은 줄어드는 계절의 변화가 예상되어 여름철 위험기상에 대한 예보 및 방재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위험은 국가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다루어져야 하지만, 그 피해는 지역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지자체 또한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일례로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한 응급환자 및 사망자 발생, 가축폐사, 농작물 피해, 전력수급 경보 발령에 따른 일반 가정에서의 에너지 절약 유도 등 지자체 차원에서 기울인 노력과 사회경제적 비용을 생각한다면 이상기후에 대비하는 지자체의 정책적 대응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강원도는 이상기후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으며, 높은 산이 많고 동해 바다가 있는 지리적 특성에 의해 지역적 편차가 클 것이기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 실정에 맞는 분야별 정책수립과 이행 등 이상기후에 대비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 아울러, 강원지방기상청도 이러한 지자체의 이상기후 대응 역량 지원을 위한 과학적 기후정보 생산과 자료제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보다 안전한 강원도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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