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종인

정치부장

새누리당은 지난해 4월11일 치러진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강원도내 9개 선거구를 석권했다. 역대 총선사상 초유의 일이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몰아주기’를 했던 도민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대선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박근혜 대통령에게 과반을 훌쩍 넘는 62%의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대선 투표 이틀전인 지난해 12월17일 도내 모든 지역구를 대표하는 새누리당 소속의 국회의원 9명은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이후 추진할 강원도 발전공약을 발표하고 지지를 호소했다.국회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알펜시아 회생책인 스포츠지구 국가매입, 동계올림픽 특별법 개정 등 도의 현안과 춘천 캠프 페이지 평화생태공원조성, 여주~원주 복선전철 추진, 스마트그리드 거점도시로 강릉 육성 등 지역별 공약도 함께 약속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도민들은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줬다.도민들의 몰아주기로 9석 전석을 차지한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정파의 이해관계를 초월해 ‘강원도당’이라는 자세로 일하겠다”고 공언했다.비록 ‘정치적 균형’은 깨졌지만 같은 당 소속인 만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고 지역현안에 대해서도 보다 긴밀한 공조가 이루어질 것에 도민들은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난 현재 새누리당 소속의 도내 9개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도민들의 당초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도출신 국회의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지역현안을 논의하고 성과를 냈다는 소식은 없고 민주당 소속의 최문순 지사와 정쟁만 벌이는 형국이다.

일부 국회의원은 ‘정쟁의 중심’에서 중앙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속초-고성-양양 지역구 정문헌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주장, ‘사초 폐기 논란’으로까지 번진 NLL공방의 단초를 제공했다. 춘천지역구 김진태 의원은 ‘종북 척결 전사’를 자처, 야당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로부터 ‘신중한 발언 촉구’의견을 받기도 했다.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구인 한기호 의원도 최근 임신중 과로사한 여군에 대해 본인 잘못이 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정부지원과 대선 공약 이행 등 현안 해결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처럼 도출신 국회의원들이 여야 공방의 한가운데 계속 서있자 도민들의 냉소와 허탈감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도출신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타지역 국회의원들이 선거구 조정을 제기하는 등 지역의 파이를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과도 너무나 대조를 보인다.

세종시 출범과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등으로 호기를 만난 충청권 국회의원들은 표의 등가성과 형평성을 언급하며 선거구 증설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제로섬 게임인 선거구 신설이나 폐지는 강원도나 호남지역으로 불똥이 튈 수밖에 없는 휘발성 강한 사안인데도 도출신 국회의원들이 ‘정쟁의 최일선’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자 도의원으로부터 국회의원의 역할을 제대로 해달라는 공개 부탁을 받는 일까지 생겼다.

구자열 도의원은 최근 열린 도의회 본회의에서 5분발언을 통해 “국회의원은 개인적인 직업이 아닌 강원도 9개 선거구 주민들의 대표”라며 “좌초위기를 겪고 있는 강원도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도정과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전원이 새누리당 소속인 도출신 국회의원들이 ‘스타성’을 발휘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9명은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3%에 불과하다.

재선의원 4명과 초선의원 5명으로 이루어진 도내 국회의원들이 힘을 모아도 시원찮을 판에 구심점 없이 ‘개인플레이’를 하는 것은 그렇지않아도 미약한 힘을 더욱 축소하는 것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홍명보 감독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처럼 도내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9명이 ‘원 골(One Goal)’을 위해 ‘원 스피릿(One Spirit)’으로 ‘원 팀(One Team)’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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