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길운

영월기상대장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가는 만추의 계절이 깊어가고 있다. 우연히 가을 산행 중에 시골 농부의 낙엽을 태우는 냄새를 맡으며 커피광이었던 이효석 선생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지금은 정적인 사색과 동적인 활동 그 무엇을 해도 좋을 때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가을단풍의 설렘을 안고 여행을 해 보았을 것이다. 지난 주말은 설악산 최대의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그야말로 최대 인파가 몰려 인산 인해를 이루었다.

단풍이란 과학적으로 보면 나뭇잎 속에 함유된 색소가 각기 다른 분해 순서에 따라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발현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한순간 만산홍엽(滿山紅葉)의 물결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곧 낙엽이 되어 떨어져 고엽(枯葉)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래서 더욱 아침이슬처럼 짧은 단풍을 못내 아쉬워하며 즐기려하는 것일 게다. 고엽은 다음 해의 나무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대자연의 장엄한 순환을 보노라면 우리네 삶과 죽음을 경외하게 된다.

사람은 날씨에 따라 신체 활동과 식욕·정신 상태 등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인간의 의식이나 감정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조울증 같은 심리 장애를 가져오기도 하는데 심각한 경우에는 자살로도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하루 30분 정도는 햇볕을 쬐어 여름에 비해 점점 해가 짧아지면서 줄어드는 행복 호르몬이란 세라토닌 분비를 늘려야 한다.

누군가는 요즘은 시간이 못 가도록 시계를 붙들고 있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계절이라 한다. 가는 가을을 아쉬워 말고 마음껏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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