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창성

서울본부 취재 팀장

박근혜 정부 들어 실시되는 첫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올해 국감은 피감기관이 지난해보다 73곳 늘어난 630곳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국감일도 지난해는 총 16개 상임위(겸임위 3곳 포함)에서 163일이었으나 올해는 169일로 6일이 늘었다. 1948년 7월17일 제헌헌법과 함께 탄생한 국감은 폐지와 부활의 부침을 겪었지만 행정부 견제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은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 국정감사가 ‘민생·정책국감’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했다. 아울러 도민들은 산적한 도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금주를 끝으로 막이 내리는 올 국감에 걸었던 희망은 절망으로 변하고 있다.

전국의 27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15대 국회부터 국정감사 현장을 감시해온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지난 24일 올 국감 중간평가서를 통해 이번 국감 성적을 ‘C학점’으로 매겼다. 모니터단은 그 이유로 200여 명에 가까운 기업관련 증인을 부른 국정감사에서 제대로 된 신문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복지공약 후퇴, 4대강 사업,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역사교과서 논란, 동양그룹 사태 등이 주요 이슈였는데 여·야의 대결이 격화되며 파행을 겪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의 경우 13개 상임위에서 57개 피감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지만 무려 6개 상임위가 정회했다. 해마다 지적돼온 시정 요구사항이 반복되는 ‘재탕삼탕’도 다시 연출되고 있다. 법률소비자연맹 총본부가 지난 5년간(18대 국회 4년과 19대 국회 1년) 국정감사 시정요구 사항을 분석한 결과, 정보위를 제외한 15개 상임위에서 561건이나 매년 반복적으로 같은 시정요구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8대 국회 국정감사 내내, 지난해 19대 국회 1차년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사항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올해 국감에서 다시 질의가 되는 중복이 심각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피감기관 역시 국정감사만 넘기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올 국감은 여·야가 ‘대선 불복’ 논쟁을 벌이고 있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잇따른 대선 불복성 발언에 대해 ‘국익에 반하는 백해무익한 일’이라며 자제를 요청한 반면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 연계활동이 드러나고 있다며 총공세를 펴고 있다. 여·야 대표는 지난 23일 이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대선불복을 하려면 떳떳하게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지 이제 와서 지속적으로 대통령을 흔들어 정권을 취약하게 하는 일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라도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국민에게 천명해야 한다”면서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은 전 정권의 책임이라고 할지라도 이와 관련한 수사 외압은 현 정권 책임”이라고 박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올 국감이 결국 ‘정쟁 국감’으로 변질되면서 도현안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겠다는 희망도 사라지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준비, 춘천~속초 동서고속화 철도 조기 추진,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금강산관광의 조속한 재개,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조기 조성 및 외자 유치 등 산적한 현안은 또다시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실종되고 있다. 그럼에도 내달초 막을 내리는 올 국감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