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하

영월교육지원청 교육장

하늘은 맑고 바람이 선선해지는 가을은 책을 읽기에 좋은 시기라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르는데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하여 다양한 독서관련 행사를 계획하여 추진하고 있다. 영월관내에 있는 M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우리 학교에서 책 축제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교육장님께서 학생들에게 동화를 들려주실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조금은 망설여졌지만 학교 현장이 원하는 일을 받아들여 동참하는 것도 학교 지원의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짧은 귀 토끼’라는 동화책을 선정하여 축제를 개최하던 날에 학교를 찾아가 동화를 읽어주었더니 학생들과 가까이에서 마주하여 소통할 수 있었고 바른 자세로 앉아 들어주는 학생들이 있어 행복한 추억을 가슴깊이 담을 수 있었다.

학교를 떠나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단풍으로 곱게 물든 차창 너머의 산천을 바라보던 나의 머릿속에는 지난날의 추억들이 한 편의 파노라마가 되어 스쳐가고 있었다. 교직에 첫 발을 내디뎠던 40년 전에는 학생들이 책을 가까이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는데 신문에 실린 한 편의 동화를 읽고 감동을 받은 나는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에 나의 학급 어린이들에게 읽어 주었는데 학생이 보여 준 얼굴과 마음을 본 후에는 동화책 읽어 주기를 계속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월간 어린이 잡지였던 어깨동무, 어린이 동산 등에 실린 동화나 단편 동화책을 찾아 시간이 되는 대로 학생들에게 들려 준 적이 있었다.

교육청으로 전직을 하여 여러 업무 중 ‘장학’ 업무를 수행하던 2001년에는 독서경진대회라는 프로젝트를 계획 추진한 적이 있었다. 학교별로 계획하여 추진한 독서행사 결과물 중 우수 독후감, 독후화, 독서만화, 경구(警句, 책을 읽고 인상적인 글귀를 붓글씨로 쓰기), 3행시 짓기를 공모한 적이 있었는데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인어공주’를 읽고 책의 제목으로 3행시 짓기를 하여 제출한 작품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인간이 되려고 하는 너의 꿈은 / 어쩌면 허사에 불과할지 몰라 / 공주야!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 않니? /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위 글은 책 전체의 내용을 함축적인 의미로 담아 짧은 글귀에 모두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아 금상을 수상했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공모전에서 입상한 장르별 작품 모두가 수준이 높다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많은 학생들이 읽고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좋은 작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목적으로 학교별 순회 전시회를 개최하였고, 이를 ‘책이 준 선물’이라는 책자로 만들어 입상한 학생들에게 나누어 준 적도 있었다. 독서를 한 후에 독후감 등을 쓰도록 하는 부담을 주어 독서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거나 학교별로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여 업무에 부담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학생들이 독서 후 느낌을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우수 작품에 대해서는 칭찬과 격려를 해 주며 학생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독서교육에서는 유익한 프로그램이었음을 되돌아보게 된다.

금년도 상반기에 영월교육지원청에서는 초·중·고 교장선생님들을 모시고 학교도서관 관리자 연수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강사님의 말씀 중 ‘아침 독서 10분’ 실천 사례 이야기를 듣고 우리 청에서 한 번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출근을 하여 하루의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10분 동안 책을 읽자고 직원들에게 제안을 하고 동의를 받은 후 읽고 싶은 책을 신청 받아 독서교육 업무를 담당한 주무관님이 영월도서관에 일괄 신청 후 대출을 받아 나눠주고 있는데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일상화 되었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책을 가까이 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아름답게 다가오는지 마음의 창고에 곡식을 채우는 부자가 된 느낌이다.

독서의 계절 가을은 멀어져 가고 있지만 책을 가까이 하면 견문이 넓어지고 간접 경험의 기회가 많아지며 유익한 정보를 얻어 많은 지식이 쌓이게 되고 상상력이 높아져 문장의 표현력이 신장되는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어 책이 준 선물은 마음속 깊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책 한 권을 펼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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