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메모 300호 발간에 부쳐

▲ 김종민

강원발전연구원 원장

강원도는 땅이 넓고 인구가 적다. 지역의 총생산은 다른 시도보다 15%가 낮다. 고령화는 전국 평균보다 10년이 빠르다. 음주 흡연 비만 자살률은 전국 최상위를 달린다. 모든 사람들이 살기 좋은 미래의 땅이라고 하지만 현실의 삶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송강 정철이 조선 최고의 문인으로서 가사문학의 백미 ‘관동별곡(關東別曲)’에 읊조린 이상향 강원도와 강원도 관찰사로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도민의 어려운 삶을 조정에 보고한 ‘도폐막소(道弊漠疏)’의 현실 속 강원도가 지닌 모순과 간극은 오늘에도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하다.

강원도를 위한 타개책을 찾아 ‘1200% 인구성장사례 - 김해시 장유면’을 우선 소개하면서 2010년 11월25일 정책메모 제1호가 창간되었다. 이후 정책메모는 주2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설날을 맞거나 한가위가 되어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발간되었다. 수 많은 쟁점과 해법을 좇아 많은 어려움과 고비가 있었지만 창간 3년이 채 안된 2013년 10월15일 제300호가 발간되었다. 500년 묵은 관동별곡과 도폐막소의 구조적 괴리를 이제는 치유해 보자는 도민들의 애정 깊은 관심과 성원 그리고 강원발전연구원 모두의 피땀 어린 노력과 열정이 힘든 장정을 가능케 했다.

북극항로의 개척과 북방경제의 태동, 평창동계올림픽의 개최, 동해안경제자유구역의 설치, 세계생물다양성총회의 개최 등 최근의 변화는 강원도의 비상을 위한 기회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의 틀에 갇혀온 강원도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높새바람을 타고 세계화, 첨단화, 미래화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의 마련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강원발전연구원의 정책메모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믿음 아래 강원도맞춤형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득권적 논리와 관성적 관행에서는 불편이 크고 수용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1조달러 총생산, 1조달러 무역, 2만달러 소득체제를 넘어 2조달러 총생산, 2조달러 무역, 4만달러 소득시대로 진입하려면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 투자한계효율의 제고, 국가균형성장의 실현, 강원도의 망실된 기회비용의 보전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수의 논리와 정치의 작용으로 합리적 선택에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정책메모가 제시한 강원도적 방책을 계속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강원도가 지닌 비교우위를 국민적으로 국가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전체적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강원발전연구원 정책메모는 강원도 정책의 불침번과 나침반의 역할을 소명받고 있다. 강원도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무엇보다 다음 세대에게 빚을 남기지 않겠다는 신념과 자세로 계속해서 새로운 정책소재를 발굴, 소개해 나갈 것이다. 생각의 속도를 뒷받침하고 정책의 효과를 높이려면 연구진과 정책소비자간의 원활한 쌍방향 소통이 관건이다. 정책메모의 사안별 주제에 대한 토론이나 의견제시가 활성화되면 좋겠다. 정책메모를 아껴주시는 강원도민 그리고 정책소비자들에게 항상 감사를 올리고, 가없는 성원과 격려, 지도와 편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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