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규 한림대 교수

한국분권아카데미 원장

소소의 미학이란 작고(小) 적은(少) 것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소소의 반대 개념은 대다(大多)이다. 대다란 크고 많음을 말하는 것이다. 소소와 대다의 가치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어느 것이 우리 삶에 더 귀중한 가치를 제공하는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 작고 적은 것인가 아니면 크고 많은 것인가. 우리에게는 자연스럽게 소소보다는 대다가 더 좋고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은 E.F 슈마허의 책 ‘Small is Beautiful’이 알려지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이 되었다. 실천적 경제학자며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슈마허는 ‘인간중심의 경제를 위하여’라는 책의 부제를 달고 당시의 보편화된 사고방식인 크고 많은 것이 더 좋다는 지배적 세계관에 도전과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사용하기 쉽고 생태적인 인간중심의 기술인 ‘중간기술’ 개념을 창조하여 기계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경제와 환경을 바라보는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였다. 인간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작은 경제 규모를 유지할 때 환경과 인간의 행복이 공존하는 것을 주장하였다. 경제 성장이 물질적 풍요를 우리에게 제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환경파괴와 인간성 훼손을 가져오므로 성장지상주의는 우리가 따를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해결하여야 할 문제다. 이러한 인간중심의 경제를 위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작은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한 문장은 여전히 시대적 명제로서 삶의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사고체계다.

‘작은 것이 더 좋다’라는 주장은 ‘큰 것이 더 문제다’라는 사실을 통해서 설득력을 갖게 된다. 소소의 장점은 대다의 단점으로 강해지는 것이다. 대기업의 예를 들어보자. 대기업은 규모의 경제와 시장지배력을 통하여 성장한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 대기업은 탄력적 적응이 어려워 지속가능성과 도산의 위험에 노출된다. 대기업이 무너지는 부정적 효과는 말로 다 할 수 없이 크다. 대마불사라는 말은 시절이 좋을 때 이야기다. 시절이 나쁠 때는 대마는 큰 덩치로 말미암아 더 위험에 노출된다. 지금의 한국경제는 초대형 대기업의 경쟁력으로 버티고 있다. 대기업 서너 개가 휘청하거나 무너지면 한국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위험한 구조에 우리는 처하고 있다. ‘작고 강한 것이 아름답다’가 필요한 대목이다. 한국의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한국교회도 지금처럼 초대형교회 중심으로 성장한다면 비슷한 위험구조에 기독교는 처할 것이다. 한국의 시민단체, 대학교, 초대형 슈퍼마켓 등 대형화를 목표로 하는 모든 구조에 우리는 ‘소소의 미학’과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진리를 설파하여야 한다.

서울 또한 공룡의 추함을 갖고 있다. 인구/자원/권력/문화를 독점하고 있는 서울은 큰 것 중의 큰 것이다. 비만한 서울과 영양실조의 지방은 극대와 극소로 인한 상호적 문제를 갖고 있다. 제로섬적 성격의 수도권과 지방의 문제는 답은 간단하지만 해결책은 복잡하다. 답은 서울과 수도권이 작아지고 지방은 커지는 것이다. 서소지대(서울은 작아지고 지방은 커지고)가 답이지만 해결책은 매우 복잡하다. 누가 양보하는가. 누가 작아지는가. 누가 희생하는가. 이러한 이해관계의 문제가 존재하여 답은 있지만 풀리기는 어려운 문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소소의 미학은 작은 것 자체의 절대적 가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은 서로 합할 수 있고, 협동할 수 있고, 변신할 수 있고, 스스로를 지속가능하게 발전 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것이 더 희망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지금 지속가능성의 위험을 직면하고 있다. 환경, 자원, 인구, 전쟁, 기후변화 등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문제들을 우리는 안고 있다.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답이다. 많은 것보다는 적은 것이 답이다. 작고 적은 것들이 적분이 되어 힘을 합치고, 공유성을 발휘하고, 서로와 함께의 철학을 나누고, 우리의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면 작은 것은 위대한 것이 될 것이다. 수학에서 미분과 적분이 있는데 미분된 작은 것들이 서로 적분되어 힘을 합치고 공유한다면 작은 것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소소의 미학이 소소의 철학, 소소의 세계관이 되어야 한다.

희망이 보인다. 대한민국에서는 얼굴이 작은 것이 미의 절대가치가 되어있어서.

소소의 미학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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