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는 아무도 당신이 개라는 사실을 모른다(On the Internet nobody knows you are a dog)’라는 명귀가 있다. 인터넷시대 최고의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꼽히는 이 말은 만화가 피터 스타이너가 미국주간지 ‘뉴요커’1993년 6월에 게재한 만화에서 맨 처음 사용한 말이다. 부언적 설명 없어도 무슨 뜻인지 대충 짐작이 가능하다. 인터넷에서는 얼굴을 안 봐도 되니 대면할 필요 없고 누군지 알리지 않아도 되니 익명성이 보장받는다. 이런 선한 의도의 관용이 ‘무책임’을 양산해 사람의 도를 넘어서고 있음을 표현한 말이다. 이 풍자는 설사 이쪽의 정체가 인간이 아닌 개라고 할지라도 자판을 두드릴 줄만 알면 상대방은 그를 인격체를 가진 사람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고 스타이너는 설명한다. 인터넷 상에서 사람과 금수는 한끝 차이도 아닐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온라인상의 익명성은 잘 쓰면 약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에서의 자아와는 달리 여러 성격의 다중자아가 개인들에게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네티즌들은 수많은 ID로 자신의 정체성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비판하는 과정을 통해 그야말로 인권의 확대, 국가의 민주화, 건전한 여론형성 등에 기여하기도 하고, 소수가 독점하던 언론환경을 다양한 공론의 장으로 만들기도 한다. 익명이 보장받는 환경에서조차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지겠다는 성숙함이 있을 때 가능한 일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자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타당한 반박에 비해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거친 비난이 훨씬 많다. 내용이 맘에 안 찰 수 있음은 익히 공감되는 부분이라 심경은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댓글들이 정도를 넘어섰다. 유명인들이 일부 악플러를 고발한 사례가 있었는데 그것도 충분한 경고가 되지 않았나보다. 인터넷공간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기성세대의 삶을 배우는 교육적 표본인데 교육환경이 척박해 걱정이다. 문화적 성숙과 에티켓을 실천해야 건강한 세상이 온다. 인터넷은 단순한 매체가 아니라 교육당사자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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