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수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언제 양적완화를 종료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국제 유동성공급을 주도해 온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FRB)이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시작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될 때마다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조치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리를 최대한 낮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이 경색되면서 자금이 순환되지 않는 상황을 돌파해내기 위해 마련된 긴급 유동성공급 조치이다. 따라서 경기가 회복되면서 양적완화에 따른 비용이 이득을 초과할 경우에는 조치종료를 모색할 수밖에 없고 그 첫걸음으로 연준은 양적완화 규모의 점진적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양적완화는 미국에 완화적 금융여건 조성 등을 통해 경기회복, 고용여건 개선 등에 도움을 준 반면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야기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중에 풀린 돈이 결국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버블로 이어져 사고를 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미국 경기 회복세가 점차 강해지고 있고 금융시스템도 강건성을 상당 수준 회복한 점을 감안하면 양적완화를 지속하는데 따른 득보다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그 흔적이 크다 보니 소소한 상황만 발생해도 먼저 위험을 회피하고 보자는 양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테이퍼링이라는 강도가 낮은 긴축조치도 매우 조심스럽게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준은 6월에 조만간 테이퍼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었으나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 등을 감안하여 시행을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10월에 있었던 연준 정책결정회의(FOMC)에서 위원들이 향후 수개월 내에 매입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타당하다는데 대체로 동의함에 따라 조만간 단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금번에도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은 실존한다. 그러나 지난 여름에 한 번 겪었던 일이라 강도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10월에 있었던 미국 행정부의 일시 폐쇄사태도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금번에는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부 분석가들은 내년 1월에 새로운 연준의장(버냉키→옐런)이 취임하는 점을 감안하면 12월에 단행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나 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12월에 단행되지 않더라도 내년 3월 이전에는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테이퍼링은 목전에 다가와 있으므로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란 이야기다.

테이퍼링 단행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금을 회수해갈 가능성은 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외 변동요인에 금융시장이 많이 흔들렸던 점을 감안하여 대외 방화벽을 점진적으로 강화하여 왔다. 또한 테이퍼링에 따른 충격이 클 경우 유동성 흐름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연준이 별도로 강구하고 있는데다 저금리정책을 상당기간 유지할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는 점도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실어준다.

강원도의 각 경제주체들은 올 겨울에 옷만 단단히 껴입을 것이 아니라 경제정책 변화에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세계, 우리나라 및 강원도가 경제정책 한파에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그동안 얼마나 비축해 놓았는지 숙고해보고 상황별 실행방안을 마련해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가올 봄에는 모든 면에서 따뜻해질 수 있도록 우리 각자가 보다 철저히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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