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관규

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학장

서각(書刻), 오랜 공직(公職)의 길을 걸으며, 마음을 닦기 위해 작은 취미를 하나 가졌다. 서각(書刻)은 죽은 나무에 문(文)과 각(刻), 혹은 도(刀)가 만나 작가의 생각을 담아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것이다. 어쩌면 요즘 같은 융합(Convergence)의 시대와도 맥을 같이 한다. 서각은 양식에 따라, 전통서각과 현대서각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흑백의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것이라면 후자는 형과 색으로 입체적 공간을 새기는 것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다만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이 그 존재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 2013 하반기)은 “2014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2.9%)보다 높은 3.6%를 기록할 것”이며 “설비투자 또한 2013년(-2.5%) 대비 증가(8.4%)로 전환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노동시장은 고용률 및 경제활동참가율이 소폭 상승하는 가운데, 사용근로자를 중심으로 40만명 내외의 취업자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전망처럼 설비투자가 고용창출을 견인하는 변수로 기능하고, 정부가 출범하면서 던진 화두(話頭),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교두보가 확보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고용률 70%는 비경제활동인구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즉 주부, 학생, 일을 할 수 없는 연로자와 심신장애자, 자발적으로 종교단체나 자선사업 등에 종사하는 자를 경제활동에 참여시켜야 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2013년 11월 19일)에 의하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5.2%(OECD 평균 62.3%)에 불과하며, 대졸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OECD 평균(82.6%)보다 무려 20%p 낮으며, 경력단절 후 다수의 여성이 비경제활동 상태로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여성인력의 주요 수요처이며, ‘공공행정’,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에서 여성인력의 진출이 우리나라에 비해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영세한 ‘음식·숙박업’에서 여성근로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고 한다. 선진국은 여성취업자의 5명 중 2명이 시간제 근로를 하고 있는데, 이는 경력단절을 시간제 근로를 통해 극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아울러 여성 친화적 근로환경을 정착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전통적 일자리 관점에서 ‘niche, 틈새’이며, 일자리의 ‘블루오션’ 이라는 관점에서 수요자와 공급자의 요구가 일치하는 맞춤식(tailored) 일자리 접근을 의미한다. 하지만 임금수준이 전일제 근로자의 45.4% 수준으로 근로의 지속성과 근로만족도를 높이기 어려운 노동시장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다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이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약 100만이 넘는 청년실업과 퇴직률이 높아지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의 고용확대에 대한 다각적인 해법 또한 절실하다. 이미 그 답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바로 직업교육이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도 건재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에서 그 해법을 찾고자하는 시도들은, 결국 사회 안정망으로서 직업교육의 역할이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직업교육은 경기변동과 노동시장의 구조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실업극복의 유일한 대안일지 모른다. 최근 들어 한국폴리텍대학이 정부의 다양한 고용창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폴리텍대학이 직업교육의 ‘Classic’으로 인식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직업교육의 모태가 된 독일이나, 80년대 초 직업교육을 시작한 호주와 같이 대학교육과 직업교육기관이 ‘진입의 장벽 없이 시스템화’ 되고, 기업이 직업교육의 필요성을 통감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직업교육의 클래식, 한국폴리텍대학은 3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요즘 ‘취업’ 하면 떠오르는 대학으로 주목 받고 있다.

2013년도 경상수지가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의 동향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은 지금, 직업교육의 ‘classic’에 기대를 걸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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