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로

사회부장

선택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2014년 6월4일. 4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운명의 시간입니다. 앞으로 170여일 정도 남았지요.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린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보입니다. 총성이 울리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벌써 표밭을 질주합니다. 표정도 결연합니다. 의지도 강해 보입니다. 그들의 시선이 멈추는 2014년 6월 4일. 이 날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실력을 갈고 닦았습니다. 요행과 꼼수가 통하지 않는 그런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빠졌습니다. 수많은 눈들이 표밭에 모여든 면면들을 검증하기 시작했지요. 평가자들의 목소리가 높낮이를 달리하며 들려옵니다. “이 사람은 싹수가 없고, 저 사람은 능력이 모자라고, 00출신은 어쩌고저쩌고….” 술자리 안주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화젯거리가 됐습니다.

4년 전인 2010년을 추억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Again 2010년’을 강조하며, 그 날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벼릅니다. 물론 그 반대도 있지요. 2010년 그날을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지난 4년을 와신상담하며 지냈습니다. 처한 상황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준비한 사람들. 그들에게 2014년 6월 4일은 어떤 모습으로 남겨질지 무척 궁금합니다.

4년 전 2010년 6월 2일은 뜨겁고 격렬했습니다. 강원도 전체가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며 요동쳤지요. 일자리와 복지, 아이들의 먹거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습니다. 강원도의 미래를 어떤 모습으로 설계할 지 후보들마다 크고 작은 청사진을 제시하며 목청을 높였습니다. 도지사와 교육감, 18명의 기초단체장, 42명의 광역의원과 5명의 교육의원, 169명의 기초의원 등 236명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물론 도지사와 2명의 군수를 다시 뽑는 진통도 있었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당선자들은 임기 4년을 보장받았습니다.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들의 성적표는 낙제점일까. 아니면 우등 성적일까요. 스스로 매긴 점수는 대체로 후합니다. 약속한 정책도 90% 이상 마무리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기회를 더 달라고 요구합니다. 어쨌든 지난 4년은 승자의 세월이었습니다. 그 세월이 따뜻했는지 추웠는지, 풍족했는지 황량했는지는 겪어본 사람들만 알겠지요. 그 느낌들이 모여 2014년 6월 4일의 역사를 만들 것입니다.

2010년 6월 2일 이후 강원도는 몇 가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이에 따른 각종 SOC사업이 대표적입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도 동해안의 미래를 바꿀 역사적 전환점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강원도는 여전히 변방입니다. 외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고 힘겹습니다.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을 거치며 수많은 정책과 비전이 쏟아졌지만 강원도는 여전히 배고픕니다. 해야 할 것들도 많고, 지켜져야 할 약속 또한 즐비합니다. 가난한 도민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고, 젊은이들을 붙잡을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농촌과 어촌의 살림살이가 4년 전보다 나아졌다고 볼 수도 없고, 도시의 삶 또한 스산합니다. 정치지형은 견제와 균형과는 거리가 먼, 기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민들은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거나 박탈할 수도 있지만 무척 지쳐보입니다. 경험한 세월을 따지고, 닥쳐올 세월을 준비해야 하는 수고 때문이지요.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책임 소재’입니다. 내가 선택했으므로 내가 책임진다는 다짐. 그 다짐이 없으면 2014년 6월 4일은 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올바른 선택으로 미래가 고통스럽지 않기를….’

앞으로 남은 170여일 동안 매일 되뇌어도 부족하지 않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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