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이슈뉴스를 찾다보면 우리사회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얼마만큼 정의에 다가갔는지가 그려진다. 9월에는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라는 큰 사건이 있었다. 네이버 위키백과 사전은 그에 대한 논란을 ‘조선일보가 혼외자식을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법무부에서 감찰을 발표하자 취임 5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에 대해 전 국정원장과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라고 서술한다.

개자추는 중국 진나라 임금 문공을 충성으로 보좌했던 신하다. 문공의 망명시절 문공이 굶주릴 때 자신의 허벅지 살까지 베어 드렸을 정도로 그를 섬겼지만 나라를 되찾은 후에 왕은 개자추를 잊어버렸고 이에 실망한 개자추는 산속으로 은둔하였다. 마침내 그 사실을 깨달은 문공은 산속을 뒤져 그를 찾게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왕은 산에 불을 지피면 나올 것이라 생각해 산에 불을 놓았으나 개자추는 나오지 않고 타 죽었다. 아무 항변도 없이 죽음을 택한 개자추의 심리를 ‘개자추 컴플렉스’라 일컫는다. 책 이규태 코너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컴플렉스는 내 스스로가 피해자가 되어 타인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마음이다. 일체의 대응을 삼가는 것으로 자신의 억울함과 속상함을 표현하는 심리이기도 하다.

자신을 방어해야 할 때 어떤 경우에도 참는 사람이 있고 받는 것보다 더 격하게 오버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은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서 별 저항 없이 자기를 내려놓았다는 점에서 개자추 컴플렉스를 떠올리게 한다. 근데 끝난 줄 알았던 이 사건이 아직도 진행형이다. 개인정보 조회유출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음은 물론 청와대 전 행정관이 개입되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도덕성을 문제삼아 일생 쌓아 올린 것 다 접게 만들었던 채동욱 사건에 국가 수장기관 직원의 비도덕성이 연루되었다니 심한 아이러니다.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한자성어는 ‘행하는 바가 도리에 맞지 않다는 도행역시(倒行逆施)’이다. 국민들이 공감하는 순리와 상식의 정치가 드문 것을 지탄하는 말이다. 정치가 정도(正道)를 가야 우리 삶이 안녕하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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