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는 ‘자기잘못 생각 않고 남의 비판에 귀를 막는다’는 ‘엄이도종(掩耳盜鐘)’이, 2012년에는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다’는 ‘거세개탁(擧世皆濁)’이, 2013년에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도행역시(倒行逆施)’가 뽑혔다. 교수신문이 해마다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그 한 해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다. 2011년부터 3년간의 사자성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별로 변화하지 않는 불의와 불통의 환경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상이 늘 그렇고 그렇게 흘러간다는 사실은 결국 희로애락은 전적으로 자기책임임을 일깨워준다. 즉 모든 일에서 세상 탓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뭔가 부족했다고 더 잘살겠노라고 다짐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 것이다. 칭기즈칸 어록 중의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중략)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중략) 나를 극복하는 순간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연령 고하에 상관없이 인생 정답일지 모른다는 소리다.

어제는 가는 해와 오는 해를 맞이하며 치열하게 살지 못했다는 반성과, 그래도 이렇게 건재하게 살아 있음에 감사를 떠올렸다. 부족한 우리를 지켜주시는 절대자의 힘을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순간이니 진솔하게 나를 내려놓으며 다짐과 소망을 그리고 주변의 안녕을 기원한 시간이다. 정체봉 시인은 이런 마음을 읊은 시 ‘첫마음’에서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중략)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라고 말한다.

하던 일 마무리도 못했고 변화를 맞이할 준비도 안 된 상태인데 새해는 여지없이 찾아온다. 새해 첫날은 느슨해져가는 우리들에게 경각심의 시간 나를 돌아보기 위한 시간을 시작하는 날이다. 누군가에게는 나빴던 것을 호전시키기 위한 기회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비록 굳건한 실천을 보장 못한다 하더라도 새해 시작에 각자에게 알맞은 야무진 다짐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해인 수녀는 먼저 웃고 먼저 사랑하고 먼저 감사하는 것으로 새해 문을 열 것을 권면한다. 누가 뭐라해도 ‘새해(新年)’는 새(新, new)라는 글자 하나만으로도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설렘을 선사한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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