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차원에서 널리 사랑받는 사람들을 일컬을 때 그들의 직업이나 역할 앞에 ‘국민’이라는 접두사를 붙인다. 그 접두사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프로패셔널한 능력의 소유자임은 물론 성품과 열정 또한 충분히 호감가는 사람들이다. 일례로 유재석 안성기 김연아 수지는 국민MC 유재석 국민배우 안성기 국민여동생 김연아 국민첫사랑 수지 등으로 불린다. 결국 ‘국민’의 호칭을 받는 사람들은 일에서의 남다른 전문성과 훈훈한 덕성으로 범국민적 지지를 담보하는 최고 고수인 것으로 통용된다.

최근 언론매체들은 약간의 인기만 있어도 오버스럽게 이 수식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불손한 의도다. 그렇게 ‘국민’접두사가 남용됨에도 불구하고 정작 꼭 이 접두사를 받을 필요가 있는 직업군 중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경우가 있으니 정치인이 그 경우다. 즉 우리나라 정치인 중 ‘국민정치인 ○○○’라는 이 수식어를 대중적으로 받은 사람은 아직까지 없다. 링컨 대통령의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부’는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없다는 말처럼 국민과 가장 밀접하게 짝을 이루는 단어는 정치와 정치인인 것을 감안해 볼 때 무척 아이러니하다. 우리나라에서 정치를 떠올림은 미소가 그려지는 일이 아니고 ‘불통 권모술수 패거리’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먼저 연상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아이러니다.

‘심장에서 우러나오는 정치를 하라 가난한 사람을 돌보라 최선을 다해 민주주의를 실천하라’가 좌우명이었던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부도위기의 극빈한 국가살림을 8년 만에 세계 경제대국 8위권 국가로 끌어올렸다. 오바마 대통령도 깊이 존경한다는 룰라 대통령은 세계 정치인의 모범이자 우상이다. 실력과 인격 모두 갖춘 그가 대통령 직을 마감할 때의 지지율이 87%인 것만 보아도 그는 “‘국민’대통령 룰라”라는 호칭이 정말 잘 어울리는 정치인이다.

2014년 올해는 선거가 탑 화두다. 모두가 수긍하는 상식과 이성의 정치가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겸손과 소통의 정치가가 선택되었으면 좋겠다. “‘국민’정치가 ○○○”라는 명명이 적합한 정치인의 도래와 웅비를 기대한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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