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50세를 기준으로 인생을 전반기 후반기 이모작으로 나누고 누구는 21세기를 ‘트리플 30세대’라고 말한다. 첫 30년은 부모의 보호 밑에서 자라고, 두 번째 30년은 부모가 되어 자식 키우는데 전념하고, 세 번째 30년은 오롯이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여생으로 일생을 묘사한 것이다. 마지막 30년, 즉 60세 이후의 생활은 열심히 살아온 현직을 마무리한 단계이니 편안한 노년의 여유가 상상된다.

그러나 대한민국 50∼60대들이 이런 여유를 다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식교육에 올인하고 살아 왔으니 마땅히 노후대책이 미흡하고 모아놓은 저축도 많지 않다. 또한 60세 이후에도 아직 미혼 자녀를 둔 부모들이 많으니 해야 할 일을 못 마쳤다는 데서 오는 부담감 역시 크다. 60세 정도에 자식 걱정 손 털면 그건 축복받은 사람이다. 50∼60세 가장이 극복해야 할 문제는 비단 자식만이 아니다. 자식된 도리 역시 무거운 짐이다. 혹여 부모님이 지병까지 있어 장기간 요양원에 모셔야 할 입장이면 가계가 휘청거린다. 결국 퇴직 후 마지막 30년의 행복은 주변환경에 달려 있는 셈이다. 끝나지 않은 의무가 이어져 있는 한 노년의 행복담보는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는 소리다. 연세대 황상민 교수는 ‘그간의 사회적 삶에 발목을 잡힐수록 인생 2막은 없는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즉 가족 경제 건강 등 전반기 인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만큼 후반기 인생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뭔가 베풀 수 있는 갑의 위치는 그나마 다행이다.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만 하는 을의 위치가 되는 일이 걱정이다. ‘부양받는 노인에서 책임지는 노인’은 대한노인회의 슬로건 중 하나다. 고령화시대 두려운 노년이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를 책임질 능력의 유무가 중요하다는 말인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의 노년은 너무 엉겁결에 준비할 틈을 주지 않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노년에 자식에게 부양받는 비율이 2012년에는 16.1%이지만 2040년에는 57.2%까지 증가한다고 전문가는 예견한다. 최근에 수퍼주니어 이특 아버지가 치매 걸린 부모님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고령화시대는 축복인데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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