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대

강원해양수산포럼 이사

강원 동해안에는 매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도루묵과 양미리가 많이 잡힌다. 최근 국가의 수산과학분야 연구기관에서 도루묵의 치어를 방류한 이후 도루묵은 그전보다 흔하게 보인다. 양미리도 어군을 탐지하는 기술이 발전하여 어획량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풍어속에서 진작 즐거워야 할 어민들은 어가의 하락으로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강원도는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도루묵과 양미리가 대량으로 잡힐 때 저장한 후 출하시기를 조절해 보았지만 최초 의도했던 만큼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창고료와 같은 비용이 들고 생선의 맛이 변질될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 제철 식품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시키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해안에서는 도루묵과 양미리의 특징을 잘알고 조리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식탁의 주요 메뉴가 되고 있지만 타 지방에서는 알지 못할 수 있다. 필자가 몇 년전 지역에서 나는 도루묵을 경남출신으로 서울에서 살고 있는 분에게 보내드렸더니 생선의 명칭과 조리법을 문의하신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지역의 특산물인 도루묵과 양미리에 대해 널리 알리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우선 무엇보다도 대도시의 유명한 식당에서 도루묵과 양미리를 사용하는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 도루묵의 담백한 맛과 양미리의 고소한 맛을 살린다면 야채와 혼합하여 저렴하고 독특한 요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성업하고 있는 붕어찜이 대부분 양식한 붕어를 산란기 직전에 대량으로 급냉동 하였다가 연중 계속 요리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된다.

그 다음으로 포항의 과메기나 쥐포와 같이 해풍과 장비를 이용하여 반가공한 다음 간식이나 안주용으로 공급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청어와 꽁치에 비해 가공하기 어렵고 독특한 맛을 내기 쉽지 않겠지만 강원 동해안의 무공해 청정이미지를 살린다면 소비자의 선호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도루묵을 굴비처럼 엮어 적절히 말린 다음 보기 좋게 포장하면 연말연시 선물용으로 선택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도루묵과 양미리에는 인간의 노화를 억제하거나 활력을 증진시키는 다양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연어알에서 의약품이나 화장품에 긴요하게 쓰이는 성분을 추출하여 사용하는 것과 같이 도루묵과 양미리의 알과 정소에서 인간에게 유익한 성분을 추출하여 고부가 가치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연구과제는 바이오 분야를 담당하는 기관이나 연구소의 전문가들이 담당하여 지역특화산업육성에 포함시키면 경쟁력이 있다.

사람도 이름이 주는 의미가 중요하듯이 도루묵의 명칭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루묵이 맛이 없어 도로 내쳤다는 그릇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하여 바다의 은어로 맛있게 먹었다는 ‘해은어’나 어려울 때 맛있게 먹었다는 ‘은혜어’로 개칭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도루묵을 박스에 포장하여 요리법을 잘 모르는 분에게 보낼 때 요리하는 방식을 간단하게 정리하여 동봉하는 것도 가치를 높이는 길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