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주

국립춘천박물관장·문학박사
일반인들에게 “박물관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수학여행 때 봤던 금동반가사유상이나 금관, 빗살무늬토기와 같은 박물관 유물들을 떠올릴 것이다. 어쩌면 고리타분하고 지루했던 기억을 떠올린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 박물관에 가게 된 동기를 물으면 자녀들 숙제를 위해 갔다고 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국립춘천박물관은 고도(古都)에 위치한 국립경주박물관이나 국립공주박물관처럼 교과서에서 소개된 국보급 유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서울이나 대구, 광주와 같은 광역시에 위치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관람객을 유치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일 년 동안 크고 작은 특별전과 찾아가는 박물관과 찾아오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함으로써 30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우리 박물관을 찾았다. 이는 27만 춘천시 인구를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다.

이러한 결과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전시를 운영한 데 따른 작은 성과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지역 박물관에서 보기 드문 조선시대 대표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국보급 작품 전시를 비롯하여 강원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관동팔경과 양양 낙산사 특별전시’, 발굴에서 출토되는 새로운 유물을 소개하는 ‘강원의 신라 문화전’과 같은 기획전은 지역문화의 원형과 정체성을 밝히는 데 기여도가 컸던 만큼 호응이 높았다.

도립미술관이 없는 강원에서 지역 문화예술단체나 문화기관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현대 작가 기획전은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측면과 더불어 새로운 창작 작품을 소개하는 생생한 장소로 박물관이 부각되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또한 지역 특성상 군부대가 많은 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육군 제2군단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호국미술대전’과 ‘박물관 병영문화학교’는 장병들의 애국심 고취와 전통문화와 병영문화의 융복합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였다.

강원의 역사와 문화를 찾고 알리며 보존하기 위한 기획전시와 더불어 국립춘천박물관은 다양한 계층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교육과 체험의 중심 공간이 되고자 부단히 고민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박물관학교 운영은 ‘강원사랑, 역사사랑, 문화사랑’이라는 캐치 아래 초등학생들이 재미있고 즐겁게 공부하게 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학생들이 박물관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들이 먼저 박물관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춘천교육지원청과 함께 박물관 교원연수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박물관은 학생과 교사, 예술인들이 많이 찾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박물관을 찾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와 박물관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박물관에 가지 않는다 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일은 없지만, 박물관 가는 일이 일상생활 속에 포함되어 자연스럽게 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우리 박물관은 각종 직장 교육을 박물관에서 하게 함으로써 일상에서 박물관의 전시와 문화행사를 접할 수 있게 하여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박물관은 국보급 유물만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며 고리타분한 곳도 아니다. 박물관은 유물에 관심 있는 특정인들만 다니는 곳이거나 고고한 사람들만 찾는 곳도 아니며 누구나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박물관에서는 공연, 음악회와 같은 문화 예술 행사가 열리기도 하고, 마음을 끄는 작은 작품이나 유물 앞에서 가족이 함께 소통하기도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작은 청동 거울 하나를 보면서도 과연 이 거울로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었을까? 청동을 만드는 데 사용된 구리와 주석, 아연, 납은 어떻게 캐내서 저런 거울 모양으로 만들었는지, 거울에 새겨진 섬세하고 복잡한 무늬를 만들 수 있었던 과학 기술의 수준은 어느 정도였는지, 또는 이 둥근 거울은 청동기시대 과연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등,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보며 스스로 역사 속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박물관이다.

강원도 유일의 국립박물관인 국립춘천박물관은 문화교육의 장으로서 역할을 튼실하게 하고자 다양한 전시와 참신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도민들을 기다릴 것이다. 전국에 있는 국립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이다. 긴긴 겨울방학 동안 가족과 함께 하는 박물관 탐방은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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