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이행이 수동적 의무를 넘어 권리이자 자부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미 매년 수많은 청년들이 질병을 치유하여 현역병으로 입대하거나국외영주권자임에도 자진하여 군 복무를 하고 있다.

 

▲ 이동환

강원지방병무청장

청마(靑馬)의 해, 2014년 갑오년을 맞이했다. 대지를 달리는 힘찬 말과 같이 가정과 사회에 활력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렇지만 역사·영토 분쟁이 격화된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맞게 된 새해라서 사실 마음 한편이 무겁다. 지난해 11월 중국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획정하며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대내외에 천명하자, 12월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적으로 참배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은 장성택 처형 이후 그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됐으며, 국내 사정 또한 여의치 않아 국론의 분열과 사회전반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마치 1894년 갑오년의 동아시아 정세가 오늘날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형국이다.

120년 전 갑오년의 한반도는 소수의 열강이 약소민족을 식민지로 편입, 수탈하는 제국주의 약육강식의 광풍에 휩쓸렸다. ‘보국안민’의 깃발 아래 모인 동학농민군의 봉기와 근대국가 수립의 계기를 마련했던 갑오개혁도 국운을 돌이킬 수 없었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제국주의 국가로 급성장했고, 그 결과 우리 민족은 1910년 한일합방 조약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35년간을 치욕과 학정의 고통으로 신음해야 했다. 120년이 지난 동아시아 속 대한민국은 여전히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러 주변 열강에 끼인 약소국의 처지에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남과 북으로 분열되어 고착화된 정치·군사적 대치라는 암울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단언하건대, 1894년 갑오년 조선의 운명이 반복되는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역량은 분명 120년 전의 그것과 다르며,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로 향하는 국민들의 지혜와 의지를 믿기 때문이다. 2014년 갑오년 새해, 국가안보의 한 축으로서 병역자원의 관리와 충원을 담당하는 병무청 또한 더더욱 무거운 책무를 공감한다. 물론 어느 때에도 국방력의 중추로서 국민의 인적동원인 병역이행의 가치는 변함이 없었겠다.



그럼에도 오늘날 120년 전을 연상케 하는 긴장 국면으로 빠져드는 동아시아 정세의 대외적 환경 속에서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다원화 및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는 개인화 등 대내적 시대상황에 부합하는 병무행정으로의 변모는 불가결하다. 그런 측면에서 투명·공정한 병역자원의 관리와 신속·정확한 병력충원에 더하여 병역이행을 명예롭게 여기는 병역문화의 조성을 통한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병무청의 최우선 목표가 된다. 그렇기에 근래 병역이행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공감대의 확산이 무엇보다 반갑다. 우선 병역이행이 수동적 의무를 넘어 권리이자 자부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미 매년 수많은 청년들이 질병을 치유하여 현역병으로 입대하거나 국외영주권자임에도 자진하여 군 복무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에 오히려 해병대 지원율이 상승해 2011년 1월 4.5대 1로 지난 3년간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우리 청년들이 명예롭고 당당하게 국가를 수호하는 병역이행의 실례이다.

뒤돌아보면 우리 역사상 주변국과의 군사적 긴장과 대치로부터 자유로웠던 때는 없었다. 특히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근 70년간 계속되어 온 남북의 대립과 충돌은 국가안보에 대한 항시적 대비를 소홀히 할 수 없게 한다. 그럼에도 굳이 120년 전 갑오년을 떠올리는 것은 한·중·일 갈등의 유사성에 더해 60년 후, 120년 후의 갑오년을 생각하고 대비하는 2014년 갑오년 새해를 바라기 때문이다. 새로운 해는 떠오르고 역사는 진보한다. 진취적이고 믿음직한 입영 청년들, 3대를 이어 조국에 헌신하는 병역명문가와 같은 우리 국민의 조국애와 역량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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