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규

한림대 교수·분권아카데미 원장

대학이 위기다. 최근 교육부는 앞으로 10년간 대학 입학정원을 현재보다 16만 명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학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강제적 구조 조정의 이유는 2018년부터 고교 졸업자 수가 대학의 입학정원보다 적어지고, 반값등록금 추진 등으로 대학경영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수도권대학은 질적 위기고, 지방대학은 양적 위기다. 특히 다수의 지방대학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존립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수도권에 있으면 서울대학이고, 수도권에서 약간 떨어진 충청과 강원 영서권 대학들은 서울약대, 수도권과 상당히 멀리 위치한 영호남 대학들은 서울상대라 일컬을 정도다. 대학이 다방도 아닌데 서울과의 상대적 위치가 가장 큰 경쟁요인이 되었으니 이 위기는 교육의 위기고 대한민국의 위기다. 블랙홀과 같은 수도권 집중현상은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수도권의 인구가 대한민국 전체인구의 절반 이상이 넘는 날이 얼마 안 남았고, 이러한 블랙홀 현상이 지방대학에서 수도권 대학으로의 대학생들의 출애굽을 부추기도 있으며 지방의 우수 고등학생들의 대다수가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을 하고 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바로 지방의 위기고, 지방의 위기는 바로 국가의 위기다.

대한민국을 서울과 지방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양극화현상으로 인하여 결국은 지방은 말라서 죽고 서울은 비만으로 고통을 겪게 되는 국가적 위기의 중심에 대학이 존재한다. 대학생의 존재감은 ‘나는 취업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표현된다. 학생들은 취업사관학교 생도로 전락되었다. 대한민국은 교육강국이 아니라 교육열의 강국이고, 실력경쟁이 아닌 상대적 점수경쟁으로 대학생과 대학의 질은 나날이 급락하고 있다. 실력 있는 학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성적이 남보다 좋은 학생이 있을 뿐이다. 교육이라는 공공재는 지나친 경쟁을 하게 되면 즉 실력경쟁이 아닌 성적경쟁을 하기 때문에 모두가 망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딜레마의 늪에 빠져서 해법조차 찾지 못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지방대학은 지역의 인재를 키우고 지역발전의 견인차를 해야 하는 본원적 목적이 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와 수도권 일극집중에 따른 전국의 비균형적 발전 때문에 학생들은 변변한 직장이 없는 지방을 떠나 서울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정책을 주도하는 교과부와 교육정책자들의 역할과 능력에 강한 회의와 불만이 들 수밖에 없다. 지방대와 대한민국 교육의 본질적 위기는 너무 많은 대학이 존재하는 구조에 있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줄일 수 없는 현실에 있다.

대학교육의 위기는 본질적으로는 ‘죄수의 딜레마’ 현상의 위기다. 따라서 그 해법은 교육의 이해관계자들이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 경쟁을 포기하고, 상생의 이타적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있다. 그동안 위기 때마다 쏟아졌던 교과부의 교육정책들이 백약무효한 점을 온 국민이 깨닫고 이타적 환골탈태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여전히 딜레마에 빠져있는 죄수신세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교과부의 대학구조조정 해법이 대학들의 이타적 자기희생이 없으면 실패할 것이다. 대학의 위기가 지방의 위기며 결국은 국가의 위기라는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하지만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해결방법이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대학을 지방으로 출애굽 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전제로 대학위기의 해결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백화점식 교육의 탈피다. 학생 수가 경쟁과 생존의 방법으로 생각하여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백화점식 대학은 도태될 것이다. 소위 특성화가 그 방법이며 지역에 맞는 특성화만이 지방대학의 살길이다. 둘째로는 교수중심의 대학에서 소위 수요자인 학생중심으로의 이전이다. 교과목, 전공, 강의 방식 등 교수들의 편의와 이해관계에 따라 이루어지는 현실을 개혁하여야 한다. 셋째는 소위 서울대 독식의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국립대 예산과 각종 교육부 대학예산의 서울대 편중현상을 극복하여야 한다. 농과대학도 지방대학이 서울대와 경쟁이 안 되는 현실과 거의 모든 학과의 입시경쟁력 일등을 차지하는 서울대로의 우수학생들의 편중현상을 탈피하여야 한다. 세계의 명문대학들은 미국의 경우 대부분 그 나라의 수도가 아닌 지방에 존재하는 사립대학이고, 일본은 지방의 국립대들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국제화와 국제적 경쟁을 통한 새로운 대학전략이다. 중국의 많은 유학생들이 이제 한국대학들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원미달에 따른 보충과 예산부족에 따른 수입원으로 중국학생들을 바라봐서는 아니 된다. 소위 SKY 대학은 국내학생과 지방학생 유치경쟁을 벗어나서 질적 성장을 통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여 대학원 중심의 대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의 대학들은 지방의 우수 인재들을 키울 수 있는 제도들을 마련하고 한국의 명문대학에 가기 힘든 아시아권 유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콘텐츠들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들이 똑 같은 국내경쟁만을 한다면 그것은 대학공멸의 위기고 지방의 위기고 대한민국의 위기다. 위기와 기회는 한꺼번에 닥치므로 대학인들과 교육정책자들의 특별한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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