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이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있다. 아빠들이 자식과 친한 것에는 ‘∼바보’라는 접미사를 붙여 호평을 쏟아내면서 엄마하고 아들이 친한 것에는 늘 인색한 평가가 따라붙는 것이 그 경우다. 즉 엄마와 돈독한 교감을 표현하는 ‘아들바보’ ‘마마보이’ 등은 대부분 극성 집착 과보호 등의 비정상적인 관계로 치부되며 부정적 의미로 매도된다. 아들이 제 구실을 못하는 기미가 보이면 과도한 모성 때문이라는 비난을 한 몸에 받아야 하고 열심히 산 시간들을 고스란히 묻어야 하니 가여운 엄마들이다.

남들 눈에는 지나친 모성이었지만 그 모성 덕에 이렇게 잘될 수 있었다고 내놓고 말하는 슈퍼급 마마보이가 쓴 책이 있다. 바로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을 쓰고 공쿠르상을 두 번이나 받은 천재작가 로맹가리의 자서전적 소설 ‘새벽의 약속’이다. 여기 ‘내가 여덟살 때 엄마는 집 계단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우리아들은 프랑스대사가 될거야 훈장을 받을거야 극작가가 될거야를 선언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책은 힘든 환경에도 오로지 아들의 성공만을 바라며 희생적 모성을 발휘한 어머니와의 기억을 아들이 아름답게 음미하고 묘사하고 있어 뭉클함을 야기한다. 이 책 속 엄마는 ‘너는 다할 수 있어’를 늘 주문처럼 아들에게 말한다. 결국 로맹가리는 엄마의 예언처럼 족적을 남긴 위대한 소설가가 되었고,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고, 프랑스 외교관이 되었다. 엄마의 확언인 ‘너는 다할 수 있어’가 아들의 자아실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은 아들 성공 인생의 길라잡이가 된 것이다. 링컨 대통령도 ‘내가 나된 것이나 내가 소망하였던 것 등은 모두 천사 같은 나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최근 미 하버드대학이 ‘마마보이’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직장 생활을 잘하며 연봉도 훨씬 높다고 발표했다. 아들은 엄마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인생의 무기로 쓰고 엄마는 사랑 표현에서 균형감을 발휘한다면 마마보이는 결코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추억속이든 진행형이든 엄마에게 받았던 무한사랑은 아들들이 살아가는데 절대적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작가 로맹가리가 인생으로, 글로 입증한 사실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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