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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개의 고향을 가지고 있다

유근배 2014년 01월 30일 목요일

   
▲ 유근배
서울대 교수
명절 즈음이면, 나는 스스로 두 개의 고향을 가진 사람으로 착각할 때가 많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서울에서는 강원도 사람으로, 고향에 오면 나를 출향민이라기보다는 서울사람, 아니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서울놈이라고 불린다. 사실 진정한 의미의 서울사람은 서울에서도 소수에 불과하다. 서울의 인구는 조선 중기에 해당하는 17세기 중반에 10만, 1910년대에 25만 명에 불과했으니, 사대문 안에서 몇 대를 거쳐 서울에 살아온 진정한 서울사람이 현재 일천만을 넘나드는 서울 총인구에서 과연 얼마나 차지하겠는가? 서울의 인구통계는 전국 각지에서 흘러들어온 전라도사람, 충청도사람, 경상도사람들, 강원도사람들이 채우고 있다.

남도출신의 한 친구는 서울에서도 경상도사람, 고향 대구에서도 경상도사람이고, 미국 유학중에 만난 다른 친구는 어디에서나 전라도사람이다. 다른 고장, 특히 지연을 강하게 주장하는 지역에서는 외지로 떠난 사람들을 ‘출향인사’로 관리하고 있다. 고향에서 향토를 가꾸는 인사들과 중앙무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사이의 연계를 소중하게 가꾸고 있다. 그들은 고향의 발전을 위해서 하나의 팀처럼 긴밀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선배들은 고향의 후배들을 중앙무대로 진입시켜 훈련을 쌓도록 돕고, 잘 육성된 인재는 중앙에서 고향의 발전을 돕는다. 이러한 노력은 때로는 국토의 균형발전에서 역기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나는 차라리 그들의 애향심에 감동을 할 때가 더 많다. 중앙에서 활동하던 인재들 가운데 많은 수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더욱 풍부해진 인맥과 경륜을 가지고 재향인사와 고향발전을 위해 협력한다. 고향의 곳곳에서 이러 저러한 부문에서 자신의 특기와 능력을 바치고 있다.

지리학자인 까닭으로 나는 여러 지역의 지도적 인사들을 많이 만나는 편이다. 강원도 지역사회의 지도자들도 그러하지만, 대부분의 지방에서 지역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인사들은 이러한 연계과정을 통하여 전국 규모의 경륜과 인지도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전국, 또는 동아시아의 틀 속에서 긴 호흡을 가지고 향토의 미래상을 경향(京鄕)의 고향 선후배가 함께 고뇌하는 것이 요즈음의 유행인 듯하다.

지역의 발전은 그 지역의 잠재력을 일깨워 고루 잘살도록 이끌어나가는 과정이다. 잠재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즉 인적자원이다. 강원도는 문화와 면적의 크기에서 손색이 없으나, 인적자원은 터무니없이 빈약하다. 할 수만 있으면 인적자원을 확대하고 계발해야 한다. 오죽하면, 강원도에 주둔하고 있는 군 병력을 우리 도의 인구통계에 산입하자는 발상이 나왔겠는가?

강원도의 인구는 총인구의 3%에 불과하다. 그러나 강원도의 영역을 물리적 면적을 넘어서서 연성영역(軟性領域)까지 포함한다면, 이 숫자는 늘어날 수 있다. 수도권과 영호남, 충청권에 살고 있지만, 강원도의 생산품과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 특히 강원도를 고향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연성영역의 강원도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여전히 강원도민이며, 어쩌면 가까운 장래에 다시 통계상의 도민이 될 가능이 높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강원도민일보의 김중석 사장은 지난 이십여년간 남다른 노력을 경주한 분이다. 해마다 정초가 되면 재향인사와 출향인사가 한자리에 모여 우애를 다지고 강원도에 대한 애향심을 고취하는 신년교례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김 사장은 앞서 말한 강원도 주둔 병력의 도민통계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 가운데 하나는 강원도를 고향으로 삼으려는 이주민들에 대한 배척을 가끔 듣는다. 강원도에서 20여 년간 교수로 봉직해온 어느 분의 하소연이다. “이곳에서 나는 아직도 경상도 사람이라고 불립니다.” 그분은 서울놈이라고 불리는 나만큼이나 소외감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남도지역에서는 타 지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에게 그 지역의 소속감을 배양하는 지역화에도 배려한다. 황차 고향을 사랑하는 출향인사를 차별하겠는가?

구정이나 추석 즈음이면,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절실해진다. 고향의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그리고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 뼈를 묻고자하는 나와 같은 출향민들을 고향 강원도에서도 “우리 강원도 사람”이라고 불러주기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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