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열차는 경포 호수에 뜬 일곱 개의 달을 싣고

해 뜨는 전동진의 모래시계 소나무 아래

눈물을 묻고 추암 바닷가 촛대바위 속으로

눈을 감은 채 들어 간다

강릉에서 삼척으로 향하는 해안선 58km

여인의 그리움이 바다를 향해

해송처럼 굽어 있는 동안

동해바다는 푸르게 별을 쏟아낸다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려 본 사람은

그 사람의 가슴 속으로 건너가기 위해

스스로 섬이 되는 법을 아는 것이다

그 섬으로 들어가는 바닷길이 없다면

지상의 달빛이 끌고 가는 바다열차를 타야 한다

특실 1호차에 생강나무꽃 그리움을 싣고

특실 2호차에 북두칠성의 오작교를 싣고

카페열차에 가신연꽃의 천년 사랑을 싣고

환상 4호차에 솜다리꽃의 일편담심을 싣고

터널 없는 바닷속으로 별빛 몰고 들어가야 한다

삼척 해신당의 총각이 환선굴의 선녀를 만나

동해 무릉계의 성스러운 물로 몸을 씻어

촛대바위 아들을 낳고

강릉 오죽헌에서 선비의 지조와 군자의 도리를

깨달아 선교장에서 평생을 해로하다

경포호수의 달이 된 전설을,

사슴 같은 여인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바다열차의 물안개를 뜨러 가야 한다

버선발로 달려 나와 물고기 같은

함박웃음으로 반겨주는 동해의 바다열차가

일곱 개의 달을 두 눈 속에 가둬 놓아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눈부처로 새겨지는

그곳에서 또 하나의 별이 된 그대를

만나야 한다

 

김남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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