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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치우고 가재 잡고

황장진 2014년 02월 21일 금요일
   
▲ 황장진

수필가

새벽 5시. 창밖을 내다보니 두툼하게 길바닥에 내려앉은 눈이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얼굴에 대충대충 물 바르고,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나간다. 온천지가 하얀 세상이다. 길바닥엔 고양이 발자국 하나 안 보인다. 이대로 두고프기도 하지만 아침만 되면 발자국이 수없이 날 테니 얼른 치우자. 듬직한 넉가래 두 개를 앞세우고 앞마당과 앞길부터 밀어나간다. 대 여섯 차례 밀었더니 길이 잿빛얼굴을 덜어내고 활짝 웃는다.

“벌써 다 쓸었네요!”

저 안쪽 구석 길바닥에서 부지런한 정씨가 선수를 빼앗겨 아쉬운 듯 어설픈 미소를 던진다.

“예, 안녕하세요.”

오늘은 옆집 앞집 이웃사촌들 뵙기에도 떳떳하리라.

다음은 옆의 찻길이다. 비탈이 졌기 때문에 잘도 밀려 내려간다. 막판에는 엉덩방아도 쿵더쿵 찧는다. 찧어 봐야 하얀 눈 바닥이니 다칠 리 없다.

“내가 뭘 잘못했지?”

2012년도까지만 해도 시에서는 길가 여러 곳에다 모래주머니를 갖다 놓고, 제설차도 나와서 염화칼슘 섞인 모래를 뿌려주어서 곧 눈길이 녹아 길이 잘 뚫렸다. 이태 전부터는 ‘건축물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책임에 관한 조례’가 생겨나서 그런지, 서울지역의 청정한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해선지 모르겠으나, 동네 길은 도로관리 당국의 손길은 미치지 않은 듯하다. 안전행정부에서는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초·중·고학생들을 대상으로 ‘내 집, 내 점포 앞 눈치우기’ 자원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초·중학생 2∼3명이 어울려 가정집 마당의 눈을 치워주고, 20달러씩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이 떠올라 기대를 해 본다.

주차장 언저리는 집사람이 한 발 앞서 비질을 해 놓았기에 넉가래질하기는 식은 죽 먹기다. 계단의 눈 쓸기도 이미 마친 모양이다. 현관지붕은 화단에 올라서서 넉가래를 한껏 뻗어서 눈을 떨군다. 달아오르던 양 볼과 목이 시원한 눈 맛으로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옥상으로 뛰어 오른다. 기온이 높지 않은 탓인지 벌써 많이 녹았다.

‘낮에 비추는 햇빛 도움을 받아 봐야지.’

둘이 힘을 합치니 그 많은 눈치우기도 한 시간밖에 안 걸렸다.

넉가래 4개, 삽 2자루, 빗자루 2개를 벽에 기대어 한 줄 옆으로 가지런히 세운다.

“너희들 수고 많았다, 푸욱 쉬어라.”

등줄기가 축축하다. 등짝의 때가 잘 불었겠다.

“더운 물 좀 받아줘요.”

등의 때도 알뜰하게 밀어줄 테니, 시원하겠지. 새벽부터 눈 치워 운동되고, 간지러운 때도 밀어내고…. 이게 눈치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 꼴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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