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주

국립춘천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이 관할하는 국립박물관은 국립춘천박물관을 비롯해 12개의 박물관이 있다. 각 국립박물관은 전시와 교육을 통하여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다양하고 유익한 지식을 전달함으로써 배움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박물관이 우리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활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를 지키고 보존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때문에 국립박물관을 비롯해 전국의 박물관은 유물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데 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물관에서 유물을 수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땅에 묻혀 있는 유물을 발굴하거나, 소장가로부터 유물을 구입하는 방법, 개인이나 문중으로부터 기증 혹은 기탁 받는 방법 등이 있다.

기증은 소유권을 국립박물관으로 아예 이관하는 것이며, 기탁은 소유권은 그대로 소유자가 가지되 유물만을 박물관이 맡아 두는 제도이다. 도난이나 손상 염려 때문에 장롱이나 금고 속에 보관해 온 문중이나 서원, 영당의 소장 유물들을 국립박물관에 기탁, 기증하면 더 나은 조건에서 항구적인 보존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중에서 보관해 온 귀중한 소장품을 박물관에 선뜻 내어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종중의 의견 일치를 위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기 때문에 대단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기증과 기탁 가운데, 기증보다는 소유권은 개인이나 문중 등에서 유지하되, 박물관에서는 보존·관리 및 연구·전시할 수 있는 기탁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기탁을 받은 유물 가운데는 국가지정문화재도 다수 있다. 보물 제590호인 강세황 자화상은 진주 강씨 백강공파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한 유물이다.

또한 이러한 기탁 자료는 전시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국립춘천박물관이 오는 5월 20일부터 개최하는 ‘초상화로 보는 강원의 인물전’에서도 기탁 유물이 중요한 전시 유물로 소개된다. 강원도에서 나고 죽거나 살았던 충신, 학자, 종교인, 예술가 등 다양한 역사 인물 60여 명의 초상화가 전시될 ‘강원의 인물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청풍 김씨문중에서 기증한 김우명 초상화를 비롯하여 원주 김씨문중에서 기증한 김수정(1720~1769) 초상화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도 전시된다. 이처럼 유물의 기탁, 그리고 기탁된 유물의 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재를 소중하게 지켜온 이들이 그 소유권을 유지하는 한편 전시를 통해 다수에게 해당 문화재의 가치를 알리고 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초상화가 적절한 조건을 갖춘 시설에서 관리되지 못하고 여전히 문중에서 보관만 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실정을 마주하게 되었다. 문중에 있는 역사적 가치를 가진 문화재가 훼손되거나 멸실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문중에 있어서도 큰 손실이다. 이를 막기 위하여 종중의 소중한 유물을 국립 박물관에 기증하거나 기탁한다면, 자료의 체계적인 분류와 보존이 가능하게 될 것이며, 종중 유물이 일반인에게 공개됨으로써 가문의 선양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기증, 기탁의 과정에서 초상화나 교지와 같은 가문의 얼을 숭상하게 하는 자료는 정교하게 복제품으로 제작하여 보급함으로써 보다 많은 종원들이 가깝게 두고 볼 수 있게 되는 편이 문중 측에서도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활발한 기증과 기탁을 통해 개인이나 문중에서 소장하고 있는 초상화와 여러 유물이 새롭게 발견되고 보다 나은 방법으로 보존되어 이를 강원도민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초상화로 보는 강원의 인물전’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인물까지도 함께 널리 알려 강원 도민의 자긍심을 고양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의 역사 인물을 통해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훌륭한 인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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