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씨가 한 포털 사이트에 ‘차범근의 따뜻한 축구’라는 제목의 컬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아들 두리가 자신의 베프(베스트 프랜드)라는 것을 밝히는 최근 글에서는 스포츠스타들이 갖는 절박함과 그 절박함과는 다른 결과가 만들어졌을 때의 아픔을 표현한다, 선수 각자는 경쟁 속 승리와 패배를 통해서 성숙하지만 그를 지켜보는 부모와 가족은 그들이 한 고비고비 넘길 때마다 모두가 절절히 아프다는 것이다. ‘내가 아빠로서 두리에게 가장 고마운 것은 반듯한 축구선수, 열심히 인생을 사는 모범적인 인간이고 싶어하면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가다듬으면서 사는 성숙함이다. 그런 삶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안다.’ 스포츠스타는 연예인과 다름없다는 것을 일찌기 경험한 아빠 차범근씨의 고백이다. 김연아선수의 마지막 경기를 관람하면서 눈물을 훔치던 김연아 선수의 엄마도 ‘대견하면서도 짠한’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김연아선수의 코치가 인터뷰를 했다. 김연아가 자신의 재능에 올인해 전 세계 최고가 된 것은 좋으나 평범한 아이들이 갖는 일상을 잃어버리고 살아왔다는 것에는 애잔함이 있다고 말한다. 발달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겠지만 김연아는 잘 자랐다. 김연아는 왠만한 스포트라이트에 좌우되지 않음은 물론 안주하지도 않고 달려왔다. 자신을 콘트롤할 줄도 알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안다. 억울해도 울지말아야 한다고 자기최면을 걸면 대중 앞에서 의연해진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라커 뒤에서 남이 안볼 때 한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냉철함이 때로는 우리를 뭉클하게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김연아를 사랑받게하는 비결이다.

해외에서는 그녀의 실력이 칭찬의 우선 대상이라면 우리국민들에게는 그녀의 인간적 성숙함이 실력 못지않은 칭송의 골자이다. 각고의 노력과 인내 몸에 밴 절제 등 그녀의 내면적 깊이가 범국민적 환호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말이다. 에머슨은 ‘성공이란’ 시에서 ‘성공이란 자네가 이곳에 살다간 덕분에 단 한사람의 삶이라도 더 풍요로와 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전 세계인의 마음을 풍요롭게 했던 김연아는 실력이나 인성이나 단언코 금메달감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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