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수

강원도의회 의장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레드 퀸 효과’라는 말이 있다. 이 소설 속 여왕인 레드 퀸은 아무리 달려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앨리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만약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는 빨라야 한다”고.

이는 자신의 속도가 움직이는 주변 환경과 같다면 같은 장소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아무리 애를 써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을 때를 뜻한다.

즉 생물체가 살아남기 위한 진화를 거듭해도 환경도 함께 변한다면 상대 속도는 결국 제로. 제자리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나라 청년들은 대학 생활 중 오직 하나의 목표에 몰두한다.

바로 ‘취업’이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스펙’이라는 말은 어느덧 우리 청년들의 대학 생활에 기본 용어가 됐고 학점관리는 더 이상 필수가 아닌 기본이다. 모두가 토익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며 취업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다. 대학교에서 낭만을 찾는다는 것은 새삼스럽게도 아주 먼 옛말이 된지 오래다.

요즘 대학 학위수여식이 한창이다. 경쟁의 틈바구니에 있던 청년들이 큰 포부와 희망을 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행사다. 하지만 세계적 경제 침체와 그에 따른 유례 없는 청년 실업 등으로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인 환경과 모든 조직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한 진화로 세계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2013년 현재 청년층 고용률이 39.7%로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저하됐고, 고용률 제고가 긴급한 국가적 과제가 됐다.

기획재정부는 청년 고용률이 낮은 이유를 ‘높은 대학진학률에 따른 취업 눈높이 상승’, ‘대기업 및 공기업 등 안정적 일자리 선호 심화’ 등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유일한 수치목표로 제시한 고용률 70% 달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바로 청년 실업이다. 이는 전체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청년 실업의 해소, 즉 청년 고용의 증대가 핵심적 과제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청년들에게 번듯한 일자리를 만들어주지 못하면 고용률 제고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중·노년층에게 적합한 시간제·임시직 등의 자리만으로는 결코 고용률을 안정적으로 높일 수 없다.

지난 해 9월 이후 청년 취업자가 다소 늘고 있기는 하지만 올해라고 크게 나아지진 않을 것이다.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경기가 나아지길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일. 이럴 때일수록 청년들의 창의적 역량 발휘로 국가경제, 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또 국가에서는 맞춤형 대책 마련 등 더욱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청년 고용 확대 정책을 마련해 희망찬 새 출발을 지원해야 한다.

청년들은 ‘레드 퀸 효과’처럼 뛰어도 제자리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삶에 ‘레드 퀸 효과’를 적용해보자.

현재의 자리에 머물지 말고 조금만 더 힘을 싣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실천해보자. 사회를 바라보면 냉정하고 두려운 생존경쟁이지만, 자신을 새롭게 보고 자신감을 얻어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 끊임없는 희망의 뜀박질을 하자.‘희망’만이 우리 인생을 사랑하는 유일한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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