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희

도교육감

하늘에 별이 몇 개나 될까? 어릴 적, 이런 의문을 품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위인전의 이야기처럼 수많은 별 중에서 내 별은 어느 것일까도 궁금해 했다. 중학교 과학시간, 눈으로 보기에 가장 밝은 별이 다만 지구와 가까이 있을 뿐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는 신비스러움이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24일 끝난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 동계스포츠의 수많은 별들이 빛났다. 누구는 새로운 기록과 메달로 국가와 자신을 빛냈고, 또 누구는 열정과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반짝였다. 유봉여고 공상정과 경포초 5학년까지 다닌 심석희는 강원의 딸로 많은 이들을 들뜨게 했고, 강원체고 김준호와 상지대관령고 김소희도 자랑스러움을 우리에게 주었다. 그리고 ‘김연아’와 ‘안현수(빅토르 안)’. 한 사람은 17년 피겨인생의 마지막 무대를 올림픽에서 아름답게 장식했다면, 한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싶어 국적을 옮기는 아픔을 무릅써 가면서 꿈을 이뤘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보면서 당연히 우승이라고 생각했지만 2, 3위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채점결과를 보면서 ‘설마’했는데, 그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4년 후 평창에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김연아와 안현수. 이들이 빛나는 까닭은 그동안 힘든 훈련의 결과 목에 건 메달보다는 걸어왔던 삶의 흔적이 말과 몸짓에서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운동을 마음껏 하고 싶었다”, “금메달이 목표가 아니다. 최선을 다 하겠다”는 말은 거짓 없이 우리에게 다가왔고, 스스로를 아름답게 빛나게 했다. 그리고 밤하늘 밝게 빛나는 별이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것처럼,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 중에는 우리 가까이 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별이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연이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김연아의 경기 결과를 놓고 집단과 국가의 눈으로 목소리를 높일 때, 김연아는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 상상하다)’에 맞춰 하얀 모래밭과 봄바다를 떠올리는 갈라쇼를 펼쳤다. 사람들이 애국심으로 서로를 반목하는 마음이 커질 때 인류애와 평화를 느끼기를 소망하듯 아름다운 몸짓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국경이 없다고 상상해 봐요, 서로 죽일 일도 없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겠죠. 언젠간 당신도 하나 되는 세상에서 함께 하길 꿈꿔요. 내 것이 없다고 상상해 봐요. 탐욕도 궁핍도 없고 인류애가 넘치는 세상을 나누어요.”



3월 눈부신 봄날이 펼쳐지고 있다. 김연아, 안현수, 공상정, 심석희, 김준호, 김소희와 우리 모두에게. 이제 우리는 6회 연속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메달의 한을 풀지 못한 이규혁 선수가 스케이트를 벗고 거친 땅에 힘찬 발을 내딛는 것처럼 3월 새 학기 새 시작을 준비한다.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수는 없지만 지금 시작하면 또 다른 결말을 얻을 수 있다’는 말처럼 3월 새 학기를 준비하고 시작하자.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아득하고 어둑한 길도 함께할 수 있는 길동무가 있으면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다는 마음을 갖자. 정호승 시인의 ‘봄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 길이 있다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 스스로 봄길이 되어 /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가운데 줄임) ...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 스스로 사랑이 되어 /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이런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자. 나 먼저 봄길, 사랑이 되려고 하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길 같이 가는 길동무로 나서줄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경이롭고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마음으로 3월을 시작하자. 따뜻하게 열린 마음으로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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