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 말하는 ‘초두효과’라는 것이 있다. 먼저 들어온 정보의 파워가 강력하여 나중에 들어온 정보보다 훨씬 더 중요한 힘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닻 내리기 효과’도 있다.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물 듯이 처음 입력된 정보가 닻이 되어 전체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첫인상 효과들이다. ‘감정과 이성’의 저자 리처드 래저러스는 ‘모든 생물 가운데 인간이 가장 감성적인 존재다’라고 말한다. 이는 경쟁에서 이기려면 첫 인상으로 승부를 걸려는 전략도 필요할 수 있음을 교훈으로 제공한다.

선거슬로건은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는 첫 인상일 수 있다. 지난 대선시 후보자 손학규 고문은 ‘저녁이 있는 삶’을 슬로건으로 했다. 저녁이라는 시간을 잊고 살 수밖에 없었던 우리네 고단한 삶을 회복시켜 주겠다는 광의의 의미로 해석되면서 큰 인기몰이를 했다. 과거 일본 자동차 니싼은 흔히 자동차 선전에서 강조하는 승차감 안전 디자인 등의 전형적인 문구 대신 ‘인생은 긴 여행이다. 그 여행을 즐겨라’라는 이색적인 광고를 했다. 이 문구는 인생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행은 긴 여행이 될 수 있는데 니싼이 그 긴 인생여행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처럼 해석되어 사랑을 받았다. 두 구호 모두 다 직접은 아니지만 꿈을 노래한다. 좋은 것을 지향하는 인간 내면의 욕구를 자극한다. 좋은 구호는 숨겨진 의미까지 전달하는 역동성이 있음을 보여준 일례들이다.

지금은 마케팅 3.0시대이다. 마케팅 1.0은 제품의 품질을 강조했던 방식이고 마케팅 2.0은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이었다면 작금의 마케팅 3.0은 사람들의 영혼에 호소하는 방식이다. 책 ‘혼창통’에 나오는 마케팅 변천사이다. ‘혼’은 비전 가치 꿈 등과 동일한 이름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결국 혼이 담긴 전략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울림, 그 울림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제품마다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지는 것도 혼을 추구하는 지금의 세태와 무관하지 않다. ‘저녁이 있는 삶’처럼 혼이 담긴 슬로건은 승리를 향한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 구호가 담긴 홍보물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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