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열

영동본부 취재국장

신문에서 사진을 보고 경악했다. 가까운 고층건물의 윤곽이 흐릿하게나마 보이는 걸 보니 서울이 맞기는 맞는 것 같은데 사진 속 서울은 뿌옇다 못해 잿빛이었다. 중국 발(發) 스모그로 인한 미세먼지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진을 연출해 놓았단다.

그런데 그런 미세먼지가 하늘을 온통 가리고,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란다. 항공기 결항이 속출하고, 마스크는 물론 공기청정기와 청소기 업계가 매출이 급신장하는 ‘특수’를 맞았다고 하니 그을린 연무 속 도시민들의 걱정스런 삶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선다.

그렇게 한반도 서편의 도시들이 잇따르는 먼지 ‘공습’에 허덕이는 동안 반대편, 동쪽에는 ‘눈폭탄’이 쏟아졌다. 103년 기상관측 이래 최장기간·최대 폭설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동해안에서 폭설에 단련되고, 익숙해진 기자로서도 지난 2월부터 이어진 폭설은 참으로 지겹고, 힘겨웠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벌어진 두가지 전혀 다른 풍경은 백두대간이라는 독특한 지형에 의해 분리된다. 중국 발 미세먼지의 공습을 차단한 백두대간이 동쪽에서는 바다에서 습기를 머금고 유입된 동풍을 막아서면서 눈폭탄을 뿌리게 한 것이다.

각종 생업시설이 붕괴되는가하면 관광객 발길이 뚝 끊어져 동해안 상경기가 실종되자 강원도와 강릉시 등 지자체들이 ‘동해안으로 오라’며 관광객 유치 활동을 벌이는 이색 풍경까지 연출됐다. 동해안의 주력산업으로 통하는 관광경기 침체는 여러 업종에 악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삶을 옥죄는 상황을 초래하기에 폭설 피해지로 관광을 가자는 ‘Go East’ 운동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동해안을 덮친 기록적 폭설도 뭇 생명을 움트게하는 ‘봄’ 앞에서는 무기력 할 수밖에 없다. 먼산은 아직 폭설의 여파가 가시지 않아 흰눈을 뒤집어 쓴 채 봄속의 겨울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지만, 조만간 ‘겨울왕국’은 언제그랬냐는 듯 기억 저편으로 모습을 감출 것이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서편을 연일 강타하고 있는 ‘미세먼지’로 다시 눈을 돌려보자. 더욱이 지금은 ‘황사’의 계절이다. 예전의 ‘황사’는 봄철 불청객 정도였으나, 이제는 시도때도없는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먼지의 계절’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편 다행스럽게도 한반도에서 미세먼지 같은 극단적 오염물질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백두대간이 가로막고 있는 ‘동해안’이다. 지난해 강릉시가 도내 대기오염측정망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릉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대기환경기준인 100㎍/㎥의 절반을 밑돌 정도로 양호했다.

‘은밀한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가 전국을 숨가쁘게 만드는 요즘, ‘탈(脫) 미세먼지’ 관광 마케팅에 주목해보자. 중국발 스모그와 대도시의 매연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미세먼지 속에서 청정 동해안의 상품성을 살려보자는 것이다. 언필칭, ‘청정 동해안’은 ‘겨울왕국’ 처럼 봄 앞에서 속절없이 녹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가꿀수록 더 빛나는 가치를 발산하기에 ‘Go East’ 상품 소재로 더욱 매력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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