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칠

도문화원연합회사무처장

며칠전 강원도교육청과 강원도향교재단 사이에 ‘청소년 진로탐색을 위한 교육지원업무 협약식’이 있었다. 강원 도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미래비전 수립을 지원하고, 건전한 직업의식 함양과 긍정적인 자아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자리였다. 교육당국이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준 결과로 많이 늦었지만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청소년들의 인성교육문제는, 사실 인간 가르침의 기초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이 문제는 학교나 사회 어느 일방만이 감당하기엔 너무 중요하고 벅찬 사안으로서, 국가 교육제도의 원론적인 출발점에 방점이 찍혀 있어야 옳다고 본다. 그러함에도 어찌된 일인지 오늘날은, 인성을 다스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등한시 하면서 재능과 재주, 끼를 살리는 분야에만 열정을 쏟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러한 관행이 지속되어 온 결과, 급기야는 학교교육현장이 학생문제로 시끄럽고, 우리사회가 청소년문제로 걱정을 자아내기에 이르렀다.

구태여 수신제가의 전통교육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함’은 사람 가르침의 첫 순서이자 기본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주와 요령을 지니고 있더라도, 근본품성이 바르지 못하면 삐뚤어진 방향으로 써먹을 가능성이 많지 않겠는가.

이러한 중차대한 때에, 강원도교육을 총괄하는 기관에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 강원도교육의 최고책임자께서도 오늘날 학교현장의 어려움을 토로 하면서, 전통교육의 중추인 향교의 참여와 협조를 간곡하게 요청했다.

마침 성균관은 새로운 관장의 선출로 쇄신의 전기를 맞았고, 이에 향교도 분발과 변화를 통해 사회발전에 임하고자 하는 만큼, 이번의 업무협약을 모든 향교와 유림은 두 손을 들어 크게 반기면서, 향교의 인성교육에 관한 몇 가지 제언을 드려 보고자 한다.

첫째, 교육당국의 인성교육 지원은 1회성사업이 아닌 장기적인 접근전략과 지원을 통하여 계속사업으로 추진되도록, 교육당국의 힘 있는 배려를 요망한다. 사람 가르침의 본질이 단발성 효과가 아닌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복잡다기한 오늘의 현실에서 청소년 인성교육의 방법은 다양하지만, 아무래도 그 대종은 전통적 가치관의 뿌리이면서, 학습과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는 향교가 적격이라고 본다.

셋째, 향교체험과 인성교육을 학습평가 항목으로 제도화하고 의무사항으로 하면 참여효과가 클 것이다. 의무조항도 아니고 재미위주로만 해서는, 확실한 목표의식을 심어주기 힘들다.

넷째, 향교가 종교시설이 아니라는 확실한 인식이 필요하다. 흔히 성균관과 향교를 종교시설로 잘못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큰 오해이다. 성균관이나 향교에 모셔져 있는 분들은 종교의 교주가 아니고, 학문과 예절을 직접 가르치고 몸소 실천한 위대한 학자들이셨다. 옛날의 교육제도는 ‘스승존중’과 ‘학문탐구’가 한 공간에서 이루어졌는데, 현대학문으로 발전하면서 교육기능이 분리되어 나간 것이다. 서울의 성균관이 오늘날의 국립서울대학교라면, 향교는 지방의 관립중고등학교라 할 수 있다.

다섯째, 향교별로 운영능력과 실적에 따라 단계적, 점진적으로 실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도내에는 20여개에 가까운 향교가 있으나, 지역과 여건에 따라 시설운영의 차이가 있는 만큼, 모든 향교가 동시 참여하여 실시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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