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광호

춘천도예 대표

요즘 들어 부쩍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제법 큰 건물이다 싶으면 6·4지방선거 출마를 알리는 예비 후보자의 빨간색 파란색 대형 걸개그림이 걸리고 온갖 미소와 표정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쁜 서민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오랜만에 추운 겨울동안 거의 휴업상태로 두었던 서면 안보리에 있는 도자기 공방엘 나갔다. 지난해까지 이장님이셨던 큰 형님께서 물으신다.“송사장, 이번에 시장은 누굴 찍어야해?” “아, 시장이요, 그건 형님께서 마음에 드는 후보를 찍으시면 되죠”했더니 옆에 계시던 어르신께서 다시 물으신다.“여이던 야든 후보가 하나 둘이라야지.그 많은 후보 중에 누가 똑똑하고 일을 잘하는지 알아야 말이지, 원 통 모르겠어”하신다.

전통시장이든 대형 마트든 한 품목에 너무 많은 여러 가지 제품이 진열되어 있으면 선택이 어렵다는 말씀으로 느낌이 와 닿았다.

요즘 들어 선거철이 가까워 오면서 이런저런 질문도 많이 받고 여기저기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기에 그 핑계로 이글을 쓰게 됐다.

젊은 시절 중견기업에 근무할 때 나는 가끔 사원들 교육시간에 이런 말을 했다.“여러분, 회사내에서 효율적 업무를 위한 인화(人和)는 필요하지만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인화만을 위한 인화는 경계해야 합니다” 이 말을 잘못 오해하는 직원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기도 했지만 이 말의 참 뜻은 기업이나 사회에서 그저 좋은 것이 좋다는 막연한 인화로 중요한 일을 망치는 식의 사람 교제는 경계하라는 의미였다.

다가오는 6·4지방선거에서 우리는 능력이나 경험으로 준비된 일 잘하는 일꾼이나 머슴을 뽑아야 한다. 그것이 도지사든 시장이든 도의원이든 시의원이던 다를 바가 없다.

날이 무뎌버린 녹슨 낫으로는 나무를 베어낼 수가 없고 적당한 날카로움이 없는 호미가 아니면 땅을 파서 씨앗을 심거나 김을 매 줄 수 가 없음은 우리가 농사를 짓지 않아도 안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인물들은 이처럼 날이 무뎌져 작은 나뭇가지 하나 쳐 낼 수 없는 무능한 낫이나 호미를 뽑으면 안 된다.

그저 지역주민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돌아다니며 막연한 구호로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느니 하는 후보들을 나는 감히 축구공 후보라고 부르고 싶다.

축구공은 발로 차고 놀기에는 좋지만 땅을 파고 논두렁을 높이는 농사일에는 전혀 써먹을 수 없는 속에 바람만 가득한 놀이기구일 뿐이다. 바람만 가득한 축구공을 선택하면 우리는 4년 동안 땅 한 평에 희망의 나무 한그루 심어보지도 못하고 후회하게 될 것 이다.

우리를 더 헷갈리는 것은 여당과 야당의 공천여부와 여론조사 등 경선 방식이 아직까지 왔다갔다 하므로 유권자인 우리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후보들을 검증해야 한다.

그러려면 속에 바람만 가득한 축구공 타입의 후보를 솎아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축구공 타입 후보가 당선이 되면 이런저런 여론과 인기 영합에 휘둘려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이 지역의 중요한 사업 추진을 통한 발전의 기회도 또한 놓치게 될 것이다.

끝이 둥글어 밭을 파낼 수 없는 무딘 호미보다는 거친 밭이라도 구멍을 내고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농사 도구로써 쓰임새를 갖춘 날 선 호미를 일꾼으로 선택해야 한다. 결코 바람만 가득한 축구공으로 땅을 파서 4년 농사를 짓게 하려는 미욱한 유권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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