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숙

춘천보훈지청장

어느새 춥고 길었던 겨울을 보내고 새 봄을 맞은 산천에는 만개한 꽃들이 서로의 자태를 뽐내고, 돋아나는 나무의 새 잎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희망을 느끼게 하는 4월이 돌아왔다.

우리가 4월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아야 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4.10), 대한민국 임시헌장 공포(4.11),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4.13), 4·19혁명 기념일, 윤봉길의사 의거일(4.29) 등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기념일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3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95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다.

임시정부는 일제 강점하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비록 한반도는 아니지만 100% 우리민족의 힘으로 수립한 정부의 탄생이었다는 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

임시정부는 역사상 최초로 전제군주나 입헌군주제를 부정하고, 민주·민본·민권을 추구하는 민주공화제를 기본이념으로 삼은 근대 정부였다.

정부와 국회도 우리 역사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처음 채택하였으며,태극기를 ‘국기(國旗)’로 법제화하고 애국가를 ‘국가(國歌)’로 채택한 것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였다. 또한, 대통령이란 단어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처음 채택하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4월 13일 수립된 이래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이하기까지 27년 동안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각지에서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위한 투쟁의 구심점이 되었으며, 현재 우리 대한민국의 법통은 헌법 전문에 있듯이 임시정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세계사적으로도, 정부 조직으로 27년간 독립운동을 펼친 유일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프랑스와 폴란드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망명정부를 설치하기는 했지만 3~4년에 지나지 않았다.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 네루는 “아시아 식민지 국가 중에서 열강으로부터 독립을 보장받은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라며 부러워했다고 한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연중 각종 기념일과 축제, 문화제 등 수많은 행사가 열리고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내고 있으며, 임시정부 수립의 의미와 활동에 대해 바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풍요를 위해서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고, 그 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한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올바른 우리의 역사를 알려주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교육은 그렇게 거창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녀들과 함께 태극기를 달거나 주말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주위 현충 시설을 찾아보거나 임시정부수립일 같은 기념일에 나라를 위한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한 번 더 돌아보는 것도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하루도 임시정부의 간판을 내리지 않고 우리 민족을 대표했던 임시정부가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수많은 독립지사들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쳐 독립운동을 전개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의 독립된 대한민국에서 평화롭게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의 향기 속에서 95년 전 머나먼 이국땅에서 자신들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풍찬노숙하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선열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삼가 선열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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