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꽃봉오리 사라진 날/ 마음은 아프고 천지는 울었네/ 여기 그들의 넋을 받들고 그 날의 아픔을 새기노라’ 1970년 10월 14일 있었던 서울경서중 사고로 죽은 학생들을 기리는 위령탑 글이다. 그날 경서중 3학년 학생 77명을 태운 수학여행 전세버스가 충남 모산역 건널목에서 열차와 충돌, 학생 46명과 운전기사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30여명이 크게 다쳤다. 사흘 뒤 10월 17일에는 서울 3개 고교 학생과 교사가 탔던 열차가 화물열차와 충돌하여 교사 교감 학생 등 14명이 사망하고 5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이은 두 사고로 정부는 수학여행을 금지시켰다.

산하가 바뀐다는 그 십년이 네 번 지난 지금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저 위령탑 전문을 똑같이 옮겨 놓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바로 세월호참사 이야기다. 수학여행 중 학생들이 끔찍하게 많은 인명피해를 당한 것도 사고 후 수학여행 자체를 금지시킨 조치도 흡사하여 40년 긴 시간이 정지한 느낌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은 별반 다르지 않다.즉 사고수습에 허둥된다. 그리고 온 국민의 추모에 몸을 낮추고 있다가 주범자 몇명 처벌하고 과시를 위한 변화 몇개 새로 만든다. 그들이 하는 일은 거기까지로 그게 전부다.

똑같은 사고는 다시 겪지 않겠다는 각오와 실천이 필요한 데 우리사회는 사고가 수습되면 개선에 대한 갈급함이 뒷전이다. 사십여년 만에 엽기적인 큰 사고가 반복된 이유다. 캐면 캘수록 사회시스템이 전근대적이다. 붙박이 관료들의 구태의연한 마피아적 행태가 큰 몫한다. 힘이 미치지 못해서는 아닐 것 같고 전적으로 마음이 없어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누구말대로 봉사하고 함께하는 국민들만 일류이지 부적절한 행동의 책임자들은 영락없는 삼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호 슬픔의 무게가 나라 전체에 한량없다. 우리들 각자는 애도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성숙한 시민의식을 회개하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고뇌해야 한다. 부패와 비리와 무책임 등이 얽히고 설킨 총체적 난국이지만 사태해결을 위해 정부 또한 전력을 다해야 한다. 진심어린 반성만이 망자의 영혼을 달래줄 수 있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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